증권사들이 고객 유치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퇴직연금 자산관리부터 상장지수펀드(ETF), 자동매매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해외주식까지 투자 분야 전반에 걸쳐 각종 이벤트를 쏟아내며 투자자 ‘지갑 열기’에 나선 것이다. 투자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증권사들이 수수료 경쟁을 넘어 맞춤형 혜택과 디지털 투자 경험으로 무대를 옮겨가고 있단 분석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 로보일임 서비스 순입금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순입금 100만~300만원 미만 고객에게 5000원권을, 300만원 이상 고객에게는 1만원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다. 경품은 11월 말까지 IRP 로보일임 잔고를 유지한 고객에게 일괄 제공한다.
퇴직연금 로보일임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알고리즘, 빅테이터 분석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자동 운용하는 서비스다. 투자 성향과 선호하는 운용 스타일을 선택하면 맞춤형 자산배분 전략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가 운용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디지털 기반 자산관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많은 고객이 AI 기반 퇴직연금 자산관리 서비스를 경험하고 장기적인 퇴직연금 자산관리를 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가 직접 코딩해 자동매매 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REST API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키움 REST API를 통해 1원 이상 거래한 고객 전원에게 현금 1만원을, 누적 100만원 이상 거래하면 1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키움 REST API를 활용하면 계좌 평가잔고 현황, 주식 분봉 차트와 같은 매매 판단의 기초가 되는 정보들을 조회하는 게 가능하다. 키움 REST API는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호출 5억건, 가입자 1만명을 돌파하며 새로운 투자 채널로 자리 잡았다.
우리투자증권은 ETF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800명에게 문화상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우리자산운용 ETF를 매수하면 매수 금액별로 최대 3만원권 상품권이 추첨 지급된다. 또 하루 거래대금 1억원 이상 고객에게는 선착순으로 매일 3만원권을 추가 제공하는 ‘ETF 챌린지’도 운영한다.
LS증권은 일본주식 투자자를 겨냥해 거래 수수료를 0.05%로 낮추고 엔화 환전 시 83%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타 증권사에서 보유 중인 주식을 LS증권 계좌로 옮기면 종목당 200엔, 최대 2000엔까지 투자지원금을 지급한다. 특정 종목 거래 고객에게는 닌텐도 스위치 등 경품도 준비했다. 혜택 기간은 10월 말까지다.
증권사 이벤트가 단순 수수료 인하를 넘어 고객군별 맞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퇴 준비를 앞둔 중장년층에 로보일임, IT 친화적 투자자에겐 API, 분산투자를 원하는 개인에겐 ETF, 일본주식에 관심 있는 고객에겐 환전·수수료 혜택을 내세웠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이벤트 경쟁은 단기 유치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객 투자 습관을 자사 플랫폼 안에 묶어두려는 전략”이라며 “AI와 디지털 기반 서비스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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