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이 둘을 결합한 AI ETF의 확장세가 눈부시다. 순자산 규모는 1년 새 3배 이상 불어났고 수익률은 시장 평균치를 훨씬 웃돈다.
AI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큰 가운데 새 정부의 AI 육성 정책이 투자 심리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사들도 AI 상장지수펀드(ETF)를 속속 내놓음에 따라 AI ETF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상품명에 AI가 들어간 ETF 55개의 순자산총액은 7조4898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2조3639억원(37개) 대비 216.8% 커진 규모다. 같은 기간 ETF 전체 순자산총액이 151조원에서 242조원으로 60.4% 늘어난 것 비교하면 증가 폭은 더 컸다. 반도체 등 이름에 AI가 빠진 AI 계열 ETF까지 합치면 규모는 더 클 전망이다.
성과도 양호하다. AI ETF(상장 3개월 미만 제외)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평균 20.4%로 ETF 전체 평균 11.1%를 9%포인트 웃돌았다. 50개 중 46개가 ETF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AI ETF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30.6%, 1년 수익률은 45.4% 수준이었다.
이렇다 보니 운용사 간 경쟁은 치열했다. 2023년 9월, 자산운용사 8곳만이 AI ETF 14개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작년을 기점으로 무수히 늘어나며 현재는 17곳에서 AI ETF 55개를 운용 중이다. 운용사별 순자산 규모는 삼성자산운용 2조7667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2조69억원, 신한자산운용 8952억원, 타임폴리오자산운용 8499억원 등의 순으로 컸다.
상품만 놓고 보면 중소형사 존재감은 컸다. 최근 1개월간 AI ETF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 이상이 중견·중소형 운용사에서 나왔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차이나AI테크액티브’가 20.2%로 가장 높았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차이나AI테크TOP10’가 18.0%로 3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차이나AI빅테크TOP2+액티브’가 16.4%로 5위를 차지했다. IBK자산운용의 ‘ITF K-AI반도체코어테크’(14.0%), BNK자산운용의 ‘BNK 온디바이스AI’(12.3%),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의료AI’(11.3%)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성장세는 AI 산업의 성장 기대감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인프라,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 의료 등 여러 산업이 AI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엔비디아(287.9%), 마이크로소프트(54.5%), 알파벳(80.7%), AMD(56.8%) 등 AI 선두 기업의 주가는 2년간 급등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올해 7576억달러(약 1033조원)에서 2034년 3조6805억달러로 연평균 19.2% 성장할 전망이다.
정책 효과도 투자 심리를 북돋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AI 3대 강국을 목표로 AI 육성 정책에 나서면서다. 정부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5년간 AI·반도체·바이오 등 10대 첨단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GPU(그래픽처리장치) 공급, 산업 연계 AI 확산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소버린 AI(자국형 AI) 개발 기업을 선정하는 K-AI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등 독자 파운데이션 AI 모델개발을 시작해 어느 때보다 AI 투자에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AI 육성 정책에 발맞춰 자산운용사들도 공격적으로 ETF 출시에 나서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AI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SOL 한국AI소프트웨어’를, KB자산운용은 국내 AI 전력 기업을 담은 ‘RISE AI전력 인프라’를 23일 상장할 예정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미국 고배당 및 AI테크 상위 종목을 투자하는 ‘KIWOOM 미국고배당&AI테크’를 같은 날 상장한다.
소버린 AI와 관련한 ETF도 출격 대기 중이다. 하나자산운용은 30일 네이버, 카카오, 삼성SDS, LG CNS 등으로 구성된 ‘1Q K소버린AI’ ETF를 출시한다. 삼성자산운용도 KRX 소버린 AI 지수를 기반으로 한 ETF를 이달 말 상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6월 대선 당시 정책을 기반으로 리서치하고 개발했던 게 지금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AI 투자 수요가 많고 관심이 AI로 쏠려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AI ETF를 출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미래기획수석에 네이버클라우드 출신을 앉히고 ‘AI 국가대표 기업’을 선정하는 것을 보면 정책 수혜는 소프트웨어에 있고 소프트웨어 ETF 종목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어 중소형 운용사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임원도 “AI 투자를 두고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지만 AI 혁신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산업혁명급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AI는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를 포섭해 수혜를 누릴 수 있어 ETF 시장에서 계속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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