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상장지수펀드(ETF) 중위권 경쟁이 치열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1·2위 쟁탈전은 더이상 화제도 아니다. 흥미진진한 건 그 아래다.

3위를 놓고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신한자산운용이 맹추격하는 그림이다. 한화자산운용과 키움자산운용이 그 뒤를 잇는 가운데, 8위를 놓고 3곳이 또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다. 

챗GPT에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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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ETF 순자산은 총 244조3724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달 전인 7월 19일 221조4292억원 대비 약 23조원 커진 규모다. 유형별로 해외지수가 8조472억원 증가하며 증감액의 35%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채권 5조3902억원, 시장지수 2조6726억원, 섹터 1조8165억원, 파생상품 1조1408억원 등의 순으로 늘었다.

이에 자산운용사 순위도 요동쳤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KB자산운용 17조4058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 16조8989억원으로 KB운용이 5000억원 이상 앞서며 3위를 유지했으나 8월 말 격차가 2000억원 줄어들더니 이달 초 한투운용이 역전에 성공했다. 다음 날 KB자산운용이 3위를 탈환했으나 며칠 뒤 한투운용이 다시 역전했다. ‘역전의 역전’을 서로 반복하고 있다.

5~7위는 순위가 뒤바뀌지 않았으나 순자산 격차는 벌어졌다. 두 달 전 순자산이 8조4954억원이었던 신한운용은 19일 현재 10조191억원으로 1조5000억원 이상 몸집을 키웠다. 같은 기간 6위 한화자산운용은 3846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은 1862억원 늘리는 데 그쳤다. 

8위권 경쟁는 점입가경이다. 두 달 전 NH아문디자산운용와 하나자산운용 2곳이 접전을 벌였으나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따라붙으며 3파전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19일까지 보면 NH아문디 2조5082억원, 타임폴리오 2조4089억원, 하나 2조3370억원으로 격차가 근소하다.

최근 2개월간 자산운용사(3위~10위) 순자산총액(AUM) 추이 / 윤승준 기자
최근 2개월간 자산운용사(3위~10위) 순자산총액(AUM) 추이 / 윤승준 기자

순위 변동은 해외지수 ETF를 얼마나 보유했느냐에 따라 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두 달간 미국 기술주 등 해외주식이 급등하면서 관련 포트폴리오를 갖춘 자산운용사는 몸집을 키웠다.

일례로 해외지수 ETF 비중이 63.9%인 한투운용은 ETF 순자산이 두 달간 2조3497억원 늘어났는데 이 중 해외지수가 1조327억원으로 전체 44.0%를 차지했다. 순자산 증가액 상위 10개 중 ‘ACE 미국나스닥100’, ‘ACE 미국S&P500’ 해외지수 ETF가 5개에 달했다. 해외지수 비중이 20.7%인 KB운용은 두 달간 ETF 순자산이 1조7583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증가액 상당 부분은 ‘RISE 머니마켓액티브’, ‘RISE CD금리액티브(합성)’ 등 채권 ETF에서 나왔다. 

8위 경쟁도 비슷했다. 타임폴리오운용은 해외지수(5181억원)를 중심으로 ETF 순자산이 두 달간 6948억원 늘어났다.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등에서 순자산이 급증했다. 타임폴리오운용의 해외지수 순자산은 1조7702억원으로 전체 73.5%에 달할 정도로 크다.

5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신한운용도 해외지수 운용자산규모(AUM) 비중이 전체 32.5%로 높은 편이다. 두 달간 ETF AUM 크게 늘리지 못한 한화운용은 해외지수 AUM 비중이 9.3%, 키움운용은 14.7%, NH아문디운용은 6.3%, 하나운용은 12.7% 수준이었다. 

업계는 금리 인하에 따라 하반기에도 AI 기반 해외지수 ETF가 강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수혜 기대가 큰 주주환원 및 AI ETF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에 발맞춰 신한운용은 ‘SOL 코리아고배당’을, 키움운용은 ‘KIWOOM 미국고배당&AI테크’을, KB운용은 ‘RISE AI전력인프라’를, 하나운용은 ‘1Q K소버린AI’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리 인하에 따라 밸류에이션 논란으로 할인이 많이 된 테크 및 반도체 기업과 국내 주주환원 ETF를 향한 관심이 클 것”이라며 “특히 돈이 많이 필요로 하는 양자컴퓨팅이 각광받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중국 AI를 중심으로 하반기에도 해외 기반 ETF로 자금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정책적 닻을 올린 K소버린 관련 상품, 즉 국내 AI 기업에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 상승 모멘텀도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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