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사업 강화를 위해 애플에 투자를 요청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4일(현지시각) “애플과 인텔이 긴밀히 협력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논의는 초기 단계”라고 보도했다. 다만 논의가 합의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텔의 투자 요청은 근래 이번이 세 번째다. 19일 엔비디아는 인텔 보통주를 주당 23.28달러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텔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지난달엔 일본의 대표적 기술투자사 소프트뱅크가 인텔에 20억달러를 투자하며 지분 2%를 확보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은 다른 기업들과도 추가적인 투자·파트너십을 타진 중이다.
인텔이 애플로부터 투자를 받게 된다면 정상화에 힘을 실린 전망이다. 애플은 5년 전 자체 프로세서로 전환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텔의 오랜 고객이었다. 최근 애플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인텔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키운다. 애플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향후 4년간 미국 내 사업에 6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애플이 아이폰 등 기기에 들어가는 칩을 다시 인텔로 되돌릴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애플의 첨단 칩의 경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생산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3월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 부임 이후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반도체법에 따라 승인된 보조금 등 89억달러를 투자해 인텔 지분 9.9%를 확보했다.
이 같은 지원에도 오랫동안 유지한 기술적 우위를 잃어 정상화까지 험난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PC 등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선 AMD 등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겼고 엔비디아가 장악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선 존재감이 작다. 인텔은 악화한 재무 상황을 버티기 위해 직원 감원과 공장 확장 계획 연기를 발표했다. 현재 인텔의 시가총액은 1480억달러 수준으로 엔비디아의 약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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