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 인텔 지분 10%를 취득한다고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발표하며 향후에도 비슷한 방식의 거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이 2022년 반도체지원법(Chips Act)으로 배정받았지만 아직 지급받지 못한 89억달러(약 12조3000억원)는 지분으로 전환된다. 미국 정부는 이번 합의로 인텔의 최대 주주에 오른다. 상황에 따라 추가 지분도 확보할 수 있다. 인텔은 과거에도 같은 법에 따라 22억달러 보조금을 받은 바 있다.
정부는 주당 20.47달러에 지분을 취득했다. 이는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가 20억달러를 투자하며 합의한 23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인텔 주가는 23일(현지시각) 24.80달러에 마감했다.
합의에는 인텔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지분율이 51% 아래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추가로 5%를 주당 20달러에 확보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됐다.
WSJ는 이번 합의가 2주 전 트럼프 대통령이 립부 탄 인텔 CEO의 중국 연계 문제를 들어 해임을 요구했던 상황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탄 CEO는 이후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며 협력 관계를 맺었다.
탄 CEO는 성명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인텔에 보여준 신뢰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합의에 따라 정부가 이사회에 참여하거나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
인텔은 최근 몇 년간 경쟁사에 뒤처지며 경영난을 겪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최근 분기에서만 3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인텔이 자체 제조 사업을 축소하거나 외부 파트너를 유치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제기됐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지분 취득을 두고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8월 초 인텔 이사회에 탄 CEO의 중국 연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와 AMD의 대중국 AI칩 판매 수익 15%를 확보하는 합의,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서 황금주를 받는 조치 등 상업 부문 개입을 잇따라 추진해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텔을 미국 내 파운드리 유지와 반도체 산업 재건의 핵심 축으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버너드스타인 리서치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인텔에 필요한 것은 역량이며, 이는 정부가 직접 제공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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