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과 인공지능(AI) 시대를 대표하는 두 기업인 인텔과 엔비디아가 전격적 협력을 발표했다. 향후 서버와 PC 시장에서 인텔의 x86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결합된 제품이 등장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50억달러(약 6조9570억원) 규모의 인텔 주식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인텔과 엔비디아는 18일(현지시각) 데이터센터와 PC 시장을 위한 제품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약 1년 정도 전부터 논의가 시작된 이번 협력을 통해 인텔의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GPU가 엔비디아의 NV링크(NVLink) 연결로 묶인 ‘슈퍼칩’ 형태의 제품이 데이터센터와 PC 시장 영역에서 각각 등장할 예정이다.
인텔과 엔비디아의 협력 제품 형태는 ‘슈퍼칩’ 전망
인텔과 엔비디아는 18일 “이후 몇 세대에 걸쳐 커스텀 데이터센터와 PC 시장을 위한 제품을 공동 개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최신 GPU 아키텍처가 엔비디아의 NV링크 기술로 연결되는 ‘슈퍼칩’ 형태의 제품이 데이터센터와 PC 시장 양 쪽에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이번 협력을 통해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플랫폼을 위한 커스텀 x86 프로세서를 제작할 계획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발표 이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까지 x86 프로세서는 NV링크로 연결되지 못했고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협력을 통해 x86 프로세서와 GPU를 NV링크로 연결해 NVL72 등 랙스케일 슈퍼컴퓨터 시스템으로의 확장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현재도 인텔 프로세서의 중요한 고객 중 하나다. 엔비디아의 DGX/HGX 시스템 레퍼런스 아키텍처는 인텔의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하지만 인텔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경우 GPU간 연결에만 NV링크를 사용하고 프로세서와 GPU간 연결에는 PCIe(PCI익스프레스)를 사용하는 8GPU 확장 구성 ‘NVL8’까지만 제공했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NVL72 시스템은 CPU와 GPU 모두를 NV링크로 직접 연결해, 랙과 데이터센터 전반을 하나의 GPU와 시스템처럼 연결하고 메모리를 공유할 수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NVL72등 랙스케일 시스템에 사용되는 ‘슈퍼칩’은 GPU와 프로세서가 따로 만들어져, 보드 모듈 위에서 NV링크로 연결되는 구성이다. 이에 인텔과 엔비디아의 협력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x86 기반 슈퍼칩은 현재의 모듈 형태 구성에서 Arm 아키텍처 기반 자체 프로세서를 제온 기반 커스텀 프로세서로 교체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인텔 또한 프로세서와 GPU의 연결을 위한 NV링크 지원을 추가해야 하는데, 현재 최신 제온 프로세서는 이미 타일 구조로 되어 있어 입출력(I/O) 타일 변경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PC용으로 선보일 제품에서도 기본 틀은 ‘슈퍼칩’이 될 것이지만, 데이터센터용과는 다르게 단일 패키지에 프로세서와 GPU가 올라간 구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 제품에 대해 “시스템온칩(SoC) 구성에서 프로세서와 GPU를 NV링크로 결합한 형태로, 새로운 수준의 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러한 구성은 지금까지 예상 가능한 제품 설계 구조 중 최근 엔비디아의 ‘DGX 스파크’ 등에 사용된 ‘GB10 슈퍼칩’과 가장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PC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외장 GPU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더 큰 시장인 플랫폼 내장 GPU 시장에는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이 슈퍼칩 형태의 제품이 등장하면 일반 PC 시장에도 충분히 진입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사의 협력은 ‘제품’ 중심, 파운드리 사용 여부는 불확실
인텔과 엔비디아 양 사는 이번 협력을 발표하면서 엔비디아가 인텔의 주식 50억달러를 매입할 계획이라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인텔의 주식을 주당 23.28달러(약 3만2400원)로 매입하기로 했는데,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8월 인텔 주식을 매입할 때의 가격인 주당 20.47달러(약 2만8500원)보다는 높지만 17일 종가 24.9달러(약 3만4660원)보다는 소폭 낮다. 한편 이번 협력 발표 이후 인텔의 주가는 18일 종가 기준 30.57달러(약 4만2578원)으로 전일 대비 24.52% 상승했다.
이번 협력 내용에 포함된 단일 패키지에 양 사의 칩이 통합될 PC용 제품을 위해서는 고급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텔과 엔비디아 양 사는 이번 발표에서 “이번 협력의 핵심은 제품이다”라고 강조하며 공정과 패키지 관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텔도 현재 최신 PC용 프로세서인 ‘코어 울트라 2세대’의 주요 다이를 TSMC에서 생산해 인텔의 패키징 기술로 결합하고 있어, 향후 양 사의 칩이 통합된 제품이 등장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대응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번 협력과 투자 결정에 대해 “이번 결정에 트럼프 행정부로 인한 직접적 영향은 없다”고 언급했다. 인텔과 엔비디아 모두 “PC와 데이터센터 모두 중요성이 높은 시장이다. 이들 시장에서 업계 최고의 프로세서와 GPU 조합으로 앞으로 다가올 큰 기회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젠슨 황 CEO는 “데이터센터와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주류는 여전히 x86 프로세서다. 이번 협력으로 고객에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지만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의 로드맵 또한 데이터센터와 로봇, 자율주행 시장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 또한 “기존의 아크 GPU 관련 계획은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 전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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