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정부조직개편안 가운데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백지화됐다. 소비자 보호 강화와 감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 됐지만 금융당국의 내부 반발은 물론 금융권 안팎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았다. 논란이 일단락되면서 현안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정대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분리·개편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대 협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금융위원회의 정책감독기능 분리,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뉴스1
당정대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분리·개편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대 협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금융위원회의 정책감독기능 분리,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뉴스1

25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열고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을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독립하는 조직개편을 재검토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도 일단 보류 상태다.

지난 7일 당정이 발표했던 조직개편안이 18일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당정대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려 했던 금융위 정책·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을 6~7개월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김병욱 정무비서관 역시 이날 당정대협의 이후 기자들에게 “정부조직법 개정을 논함에 있어 필리버스터를 하고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지속하는 것은 모험”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야당에 협조를 구하고 정부조직 개편에 있어 여야가 함께 합의처리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봐달라”고 했다.

당정대가 금융감독 체계 개편보다 ‘현안 마비’ 상황을 더 엄중히 봤다는 뜻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최소 180일간은 상임위원회에 해당 법안이 묶이는데, 이 경우 조직 개편이 내년 4월까지 밀리게 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한 150조원 국민성정펀드 추진, 가계부채 대응, 소비자 보호 등을 비롯해 디지털 자산 법제화와 같은 굵직한 현안에 대한 대응이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와 금감원 조직 내에서는 안도하는 모습이다. 전날(24일) 야간 시위까지 나서며 조직 지키기에 나섰던 금감원 직원들은 소비자 보호와 감독 강화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날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금융당국 조직개편 보류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다만 조직 개편을 두고 후속 줄다리기는 지속될 수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권한 줄다리기가 여전히 남은데다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공공기관 지정 등의 이슈는 다시 재점화 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분리되지 않더라도 독립적인 인사권과 감독권 등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 정부의 출범 직후부터 조직개편안을 두고 조직 내부의 동요가 지속돼 왔다”며 “금융당국 개편이 원점 재검토로 돌아가면서 지금까지 이어진 혼란을 수습하고 금융 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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