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전시 규모는 약 3010부스로, 지난해 3359부스 대비 10%가량 줄었다. 전년도 20주년 기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올해는 눈에 띄는 신작과 대형 게임사 부재로 기대감이 확연히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스타 2024 현장. / 천선우 기자
지스타 2024 현장. / 천선우 기자

28일 지스타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스타 2025는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 구역 BTC(Business to Consumer)에는 300부스 규모로 첫 메인스폰서를 맡은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크래프톤, 넷마블, 네오위즈, 그라비티, 웹젠, 위메이드커넥트, 구글코리아 등이 참가를 확정했다. 업계 관계자 전용 전시 구역인 B2B(Business to Business)에는 스마일게이트, 삼성전자, 텐센트코리아 등이 합류했다.

다만 전체 부스 규모는 감소했다. BTC는 2106부스, BTB는 904부스다. 전년 대비 각각 13%, 2% 줄었다. 조직위는 개막 전까지 참가사를 추가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개최가 한 달쯤 남은 시점에도 대형 게임사의 참여는 불확실하다. 지난해에는 제1전시장 BTC 대형 부스가 조기 신청 반나절 만에 마감됐다.

업계는 넥슨을 비롯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불참으로 흥행 동력이 약화됐다고 본다. 지난해 지스타는 대형 신작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자리로 주목받았지만, 올해는 AAA급 타이틀을 찾기 어렵다. 다수 국내 게임사가 신작 출시를 내년으로 미루면서 관람객을 사로잡을 콘텐츠가 부족해졌다.

지난해 라인업을 보면 넥슨은 3D 액션 RPG ‘프로젝트 오버킬’,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선보였고, 펄어비스 부스에서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 체험 무대가 마련됐다.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는 시연 대기 시간이 3시간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업계의 홍보 전략이 해외로 쏠린 점도 지스타 위축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기업은 독일 게임스컴, 일본 도쿄게임쇼 등 글로벌 행사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 최근 열린 도쿄게임쇼에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스마일게이트, 컴투스,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가 대거 참여했다. 해외 시장 공략이 시급한 상황에서, 국내 행사에 맞춰 별도 빌드를 제작하고 부스를 운영하는 비용에 비해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스타 참여는 단순한 전시 이상의 부담을 동반한다. 개발사는 시연용 별도 버전을 준비해야 하고, 현장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 향후 게임 흥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스타가 국제 게임쇼로서 위상을 되찾으려면 단순 이벤트성 전시를 넘어선 변화가 필요하다. 공개되지 않은 신작 발표, 새로운 게임 정보 공개, 글로벌 게임사 참여 등 관람객이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

지난해에는 그리프라인이 ‘명일방주: 엔드필드’로 시연 무대를 꾸몄고, 인디 쇼케이스에는 글로벌 최대 PC 게임 플랫폼 스팀이 처음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지스타 2025에는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를 개발한 배틀스테이트 게임즈만이 해외 BTC 참가사로 이름을 올렸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