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도 앱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외국인 이용자 경험은 여전히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판 구글맵’이 되기에는 언어 지원과 현장 안내 정확성이 뒤처져 글로벌 서비스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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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외국인 이용자를 겨냥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맵을 이용하는 외국인들은 여전히 지하철역 등에서 앱 안내를 보고도 길을 잃는 불편을 겪고 있다. 현실의 표지판 번역이 앱 안내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각역에서 종로3가 방향 1호선을 타야 할 경우 앱은 “종각역에서 종로3가 방향 열차를 타시오(Get on at Jonggak Station, Jongno 3-ga Station bound)”라고 안내한다. 하지만 실제 역 내부 표지판은 ‘종각역 하행 승강장(Jonggagyeokhahaengseunggangjang)’으로 표기됐다. 이는 영어권 이용자 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왔다는 A씨는 “전철역이나 버스 정거장의 영문 이름이 너무 헷갈리거나 읽기 힘들다”며 “가끔 엉뚱하게 길을 안내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한국어를 공부해서 한글 지도를 읽지 영어 지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 지원 차이도 불편 요인으로 꼽힌다. 네이버지도는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4개 언어를 지원하지만 카카오는 한국어와 영어만 제공한다. 카카오맵의 경우 “모든 외국인이 영어를 한다고 전제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어 설정 메뉴 접근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메인 화면에서 바로 언어를 변경할 수 있지만 카카오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음성 안내도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구글지도는 도보 길찾기까지 음성 안내를 제공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재 위치와 경로만 화면에 표시한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낯선 거리를 걸을 때 불편이 크다. 반면 두 앱 모두 대중교통 하차 알림 기능을 제공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 온 B씨는 “구글 지도나 야후 맵은 도보로 이동할 때도 음성 내비게이션 안내가 제공되는데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은 도보 이동 시 음성 안내가 없어서 불편하다”며 “카카오맵이 편해서 쓰고 있긴 한데 영어를 아예 못해서 다른 언어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찾기 정확도는 비슷하지만 두 앱의 성향은 다르다. 네이버는 도보 환승 시간을 세밀히 계산해 더 빠른 경로를 추천한다. 반면 카카오는 환승이 단순한 루트를 우선 보여준다. 실제 광화문역에서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 경로를 검색하면 네이버는 충정로역 환승을, 카카오는 영등포구청역 환승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지도 반출 제한으로 구글맵이 불완전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이 여전히 구글맵을 병행 사용하는 이유는 네이버와 카카오 앱이 글로벌 UX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광 산업 확대와 K-콘텐츠 확산을 추진하는 한국 ICT 생태계가 글로벌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언어 지원과 이용자 경험 개선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교수는 “사람은 익숙한 방식이나 체계에 적응하면, 그와 다른 방식을 접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전 세계 점유율이 높은 구글 지도를 쓰다가 한국의 네이버지도·카카오맵을 사용할 경우, 이용자 경험이 구글 지도와 비슷해야 덜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앱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하고 좋은 기능도 많으며 다른 앱과의 연계도 잘 된다.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목적지에 정확하고 빠르게 도착하도록 초점을 맞춘 구글 지도보다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며 “AI를 활용해 번역을 지원하거나, 외국인이 영어를 서툴게 입력하더라도 ‘이곳을 가려는 게 맞냐’고 확인해주는 기능 같은 길찾기 편의성은 구글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