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모회사 메타(Meta)가 미국 법무부 요청에 따라 시카고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겨냥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삭제했다. 법무부는 이 페이지가 요원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며 괴롭힘에 이용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단속 기조 속에 빅테크 기업들이 정부 압박에 다시 협조하는 모습이다.

메타CI / 메타
메타CI / 메타

1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법무부가 ‘조직적 위해 행위(coordinated harm)’를 이유로 삭제를 요청한 페이지를 내렸다.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은 SNS 엑스(X)를 통해 “약 200명의 ICE 요원을 도싱(doxing·개인정보 노출)하고 공격 대상으로 삼는 시도였다”고 밝혔다.

메타 대변인은 “해당 페이지가 당사 정책을 위반했기 때문에 삭제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메타와 법무부 모두 페이지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로이터통신도 해당 페이지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따라 ICE 요원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일부 앱을 삭제했고 구글도 비슷한 기능을 가진 앱의 이용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앱 제작자들을 형사 기소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ICE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을 상징하는 기관으로 불법 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주도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와 적법절차 원칙이 침해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행정부는 “좌파 시위대가 요원들을 괴롭히고 단속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메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정부와의 관계 회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는 취임식 기금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고 다양성·팩트체킹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또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계정 정지로 불거진 소송을 2500만달러를 지급해 합의했다.

한편 시카고의 민주당 소속 브랜든 존슨 시장과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ICE 활동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존슨 시장은 이달 초 ICE 요원들이 시 소유 건물을 작전 거점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일부 지역 상점들은 ‘ICE 출입금지’ 문구를 내걸며 연방 단속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