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대체식품, '대체'가 아닌 '넥스트'로 봐야 한다."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 마지막 날인 15일 열린 '익산X식물기반푸드(전북푸드테크42얼라이언스)' 세션에서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메시지다. 식물성 대체식품이 '모방'에서 '진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영진 서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번 세션에는 황홍섭 딜라이트푸드 대표, 안현석 위미트 대표, 조문성 메타텍스처 부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는 서향임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 실장, 유요안 골든에이지파트너스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황홍섭 딜라이트푸드 대표는 셀룰로스 신소재 기반의 식이섬유 구조 설계 기술로 고기의 쫄깃한 식감을 구현한 식물성 대체육을 소개했다. 그는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대체식품 사업 철수에 대해 "투자 기간 대비 수익성이 나지 않았고, 향후에도 수익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실한 답을 못한 상황"이라고 분석하며 "비욘드 미트나 임파서블 푸드 같은 해당 분야 1세대 기업이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2세대는 이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답안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또한 황 대표는 "대체식품은 가짜 고기가 아니라 새로운 단백질이라는 포지션이 1차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그 새로운 단백질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어떠한 맛과 식감을 가져야 하는지는 기업들이 구체적으로 풀어낼 수도 있고, 연구기관과 협업해서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이라며 "기업들의 실험적인 접근과 시장에서의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현석 위미트 대표는 식물성 대체식품 산업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금 식물성 대체식품을 만드는 방향이 '진짜 고기'를 모방하는 프레임에 갇혀 시장에서 가짜 고기, 인조 고기로 불린다"며 "식물성 원료로 동물성 제품을 모방하려면 추가 재료와 가공 과정이 들어가 소비자들은 이를 초가공식품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한국의 채식 인구는 1~3%에 불과해, 나머지 97%가 '나와 관계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시장이 커지기 어렵다"며 "환경과 가치 소비를 강조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음식을 선택하는 순간 환경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품명 근처에 '대체식품'이라고 크게 명시해야 하는데, 이는 특정 목적을 가진 제품으로 인식되게 만든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문성 메타텍스처 부대표는 식물성 대체 계란 개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연간 1인당 계란 소비량은 300개 이상으로 전 세계 2위지만, 살모넬라, 조류 인플루엔자 등으로 시장이 불안정하다"며 단백질은 동일하게 제공하면서 칼로리와 포화지방을 줄인 식물성 계란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조 부대표는 "단체 급식에서 '대체 계란'이라고 공지하지 않고 제공했더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자연스럽게 먹게 하면서 편견을 지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서 유요안 골든에이지파트너스 대표는 "'대체식품'이라는 말을 우리 스스로부터 안 쓰고 '넥스트 푸드'라는 개념으로 나가야 한다"며 "대체라는 개념 안에서는 아무리 큰 정책적 도움이 들어가도 시장이 커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향임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 실장은 "성년이 된 주 소비층에서는 대체식품에 대해 인식 개선이 빠르게 전환되기 어렵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급식에서 식물성을 활용한 식단으로 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정부와 기업이 협업해 공공급식 영양사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어릴 때부터 친숙하게 다가와 나중에 소비가 가능하고, 인식 교육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최영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대체육의 경우 기술 혁신이 필요하지만 식물성 재료로 진짜 고기처럼 만드는 것에는 기술적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대체'해야 된다고 말을 하는 건 당위성 주장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식품은 콩고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이번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는 월드푸드테크협의회가 주관한다. 월드푸드테크협의회는 먹는 것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긍정적 미래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세계 최초 소비자·언론·산업·관계·학계 협의체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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