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농산물을 표준화해 선별하면, 비품의 업사이클링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 마지막 날인 15일 열린 '나주X업사이클링푸드' 세션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푸드 업사이클링의 새로운 방향이다. 인공지능(AI) 기술과 과학적 연구를 통해 농산물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공유됐다.
송진 농촌진흥청 과장이 좌장을 맡은 이번 세션에는 곽호재 에이오팜 대표, 이기선 좋은영농조합법인 대표, 조정용 전남대학교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는 이재창 나주시 팀장, 곽중기 롯데중앙연구소 상무가 패널로 참석했다.
곽호재 에이오팜 대표는 AI 기반 농산물 품질검사 시스템이 푸드 업사이클링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그는 "딥러닝 기술로 학습된 AI가 농산물의 외부 결함을 검출하고 품질 등급을 산정해 시간당 1만8000개, 하루 15만개의 농산물을 선별할 수 있다"며 "AI로 표준화된 선별 기준을 국가 전체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특품과 상품은 유통 단계에서 해결하고 비품은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해결하기 용이해 진다"고 말했다.
이기선 좋은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나주배 부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배를 착즙해서 주스를 만들면 1년에 약 500톤의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배박(배 부산물) 분석 결과 체중 감소, 혈당 개선, 간 기능 개선, 항산화, 항암, 항염 효과가 확인됐다"며 "클로로겐산과 카페인산을 기준으로 원료 표준화를 실시해 현재 CJ프레시웨이에 원료를 공급하고 있고, 전체 부산물의 30%를 업사이클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용 전남대학교 교수는 자색 옥수수 속대를 활용한 식품 소재 개발 연구를 발표했다. 그는 "자색 옥수수 속대의 안토시아닌 함량이 알곡보다 약 2배 높고, 열수 추출물의 항염증 효과가 뛰어났다"며 "발효 기술을 활용해 콤부차를 개발했는데, 4일 발효 후 pH 감소로 안토시아닌이 함량이 현저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부산물 산업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강한 의지와 비즈니스 전략, 산학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서 곽중기 롯데중앙연구소 상무는 "농산물 관련 소재들이 업사이클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 된다"며 "롯데도 농산물을 수급하고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부산물이 발생하는데, 지금까지는 대부분을 사료로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곽 상무는 "현재는 소재들이 가지고 있는 부가가치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선도 기업들이나 각계의 도움을 받고 협업하면서 업사이클링이라는 용어 자체가 더 넓어지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창 나주시 팀장은 나주시의 업사이클링 지원 계획을 소개했다. 그는 "나주는 업사이클링 센터를 특구로 지정해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농산물 유통공사에서 수급 조절을 위해 200억원 가량의 국비를 들여 매입 후 처분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었는데, 이를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산업체가 재가공한다면 새로운 산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지금 단계로서는 업사이클링의 시장 경쟁력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하는 사업"이라며 "RE100, ESG 경영, 넷제로와 맞물려 미래를 여는 사업이기 때문에 미래 잠재력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송진 농촌진흥청 과장은 "업사이클링이라는 용어로 불리고 대두된 것은 얼마 안 됐지만, 수급 조절 문제와 낙과 활용에 대한 고민은 몇십 년 전부터 해온 것"이라며 "이제 업사이클링이라는 말로 불리면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데, 경제성이 수반되지 않으면 뛰어들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 과장은 "원료 선별부터 시작해 기술을 투입해 일반 식품이나 기능성 식품을 만들고, 소비자 인식 개선, 제도와 인프라까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옥수수 속대 추출물이 식품 원료로 등록돼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제도와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한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이번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는 월드푸드테크협의회가 주관한다. 월드푸드테크협의회는 먹는 것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긍정적 미래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세계 최초 소비자·언론·산업·관계·학계 협의체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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