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인삼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려면, 전남 등 특정 지역만의 산업이라는 선입견이 없어져야 한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면, 김 산업을 지킬 수 있다.”

심길보 국립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가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WFT 2025)’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 김경아 기자
심길보 국립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가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WFT 2025)’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 김경아 기자

심길보 국립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WFT 2025)’에 참석해 ‘푸드테크 혁신을 통한 K-김 글로벌 위상 강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 후 이같이 말했다.

김은 한·중·일 3국에서만 생산 중이며, 전 세계 교역량의 73%가 국내산 김이다. 2010년 대비 지난해 김 수출량은 약 27% 증가했으며, 올해는 10억달러(약 1조4216억원) 이상의 수출액이 예상된다.

그러나 심길보 교수는 김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품은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장 중요하지만, 김 생산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하고 있다”며 “ 김 생산을 국가산업으로 발전시켜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수출 경쟁 강화를 위한 방식으로 ▲김 양식 면적 증가 ▲김 육상 양식 ▲폐기 김 재활용 ▲김의 다양한 상품 개발 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해물질(중금속·아이오딘), 이물질 등이 검출되지 않은 안전한 원료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해물질과 관련해 수출 김에 대한 전 세계 규격 채택이 필요하다”며 “국내외 판매 김 영양 정보 표시 기준도 일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준 담아 대표는 “현재 판매되는 김의 대부분은 원초 및 1차 가공된 조미김 형태”라며 “오늘날 김 관련 제품에는 김의 장점 및 부가가치를 높이는 제품은 없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태국 식품기업인 타오케노이는 한국 김 원초를 수입해, 스낵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 중이다. 지난해에만 25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태국 증시에서 약 3400억원의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이현준 대표는 미네랄, 비타민 등 김이 가진 강점을 살린 적합한 제품을 개발할 것을 강조했다. 흐물거리는 식감을 싫어하는 서양인들을 위해 바삭한 식감은 유지하되, 튀기는 대신 굽는 방식으로 영양분은 살리자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고유명사 ‘김(Gim)’의 확립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혁신 ▲K-문화 연계 통한 접근성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은 한국 고유의 명칭이라는 걸 확고히 해야 한다”며 “김을 한류 콘텐츠에 노출시켜 자연스럽게 건강식품으로 접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준형 선해수산 연구소장 또한 김을 활용한 기능성 스낵 개발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 시장은 고탄수화물 곡물스낵이 포화돼, 저탄수화물 스낵이 주목받고 있다”며 “2033년까지 약 50억달러(약 7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저탄수화물 스낵’은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와 당알콜을 뺀 순탄수화물이 전체 영양성분 중 30% 이하인 스낵이다. 

장 소장은 기존 고단백 스낵 플랫폼을 ‘저탄수화물 스낵 플랫폼’으로 고도화해, 김가루와 결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건강인식 변화와 다이어트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가 ‘저탄수화물’ 라벨을 하나의 구매 요소로 활용한다”면서도 “그러나 글로벌 시장과는 다르게 국내 김 스낵류 제품의 시장성은 다소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WFT 2025)'의 '전남 X 김푸드테크' 세션에 참석한인사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준 담아 대표, 장준형 선해수산 연구소장, 심길보 국립부경대학교 교수, 이상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 유영상 단국대학교 교수. / 월드푸드테크협의회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WFT 2025)'의 '전남 X 김푸드테크' 세션에 참석한인사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준 담아 대표, 장준형 선해수산 연구소장, 심길보 국립부경대학교 교수, 이상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 유영상 단국대학교 교수. / 월드푸드테크협의회

이어진 토론에서 이상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는 “김 산업은 내수가 침체돼 있지만 수출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김이 10억달러 이상 수출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라면(12억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상건 박사는 ▲김 안정성 기준 마련 ▲등급제 마련 등 상품성 제고 ▲신제품 개발 및 해외 시장 진출 ▲산업 간 협력 등도 강조했다. 그는 “이물질 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일본이나 중국은 김 등급제를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른 김은 공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라 폐기가 일어나는 것이며, 일정 부분의 금액에 대해서는 (정부가) 폐기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다”며 “수요가 안정화돼야 가격도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영상 단국대학교 교수는 “김이 아주 좋은 산업의 원료”라고 말했다. 그는 “원료 가격이 높아도 홍삼처럼 이를 뛰어넘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면 산업 경쟁력이 확보된다”고 했다.

한편, ‘월드푸드테크 표준(World FoodTech Standards)’을 주제로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해 50여개 세션을 운영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월드푸드테크협의회, 대한상공회의소, 서울대학교 월드푸드테크창발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유엔 산업개발기구(UNIDO), 국제녹색성장기구(GGGI) 등 국내외 기관과 지자체, 주요 푸드테크 기업이 후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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