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업지원TF’를 정식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하고 정현호 부회장이 물러나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이 직접 주도하는 첫 인사에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번 인사는 ‘뉴삼성’ 체제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월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월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복귀 여부 주목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르면 이달 중순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세대교체 흐름이 이어질지 여부다. 또 안정 기조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11월 7일 임시조직으로 운영해온 사업지원TF를 8년 만에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전환했다. 또한 박학규(61) 사업지원TF 담당 사장을 사업지원실장으로 선임했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양대축인 반도체(DS)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서 모두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재무통이다. 

이재용 회장의 최측근이자 8년간 사업지원TF를 이끌었던 정현호(65)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 부회장의 용퇴와 박 사장의 발탁은 ‘뉴삼성’ 체제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다. 10년만에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만큼 책임경영 강화와 '뉴삼성' 비전 구체화, 인수합병(M&A) 본격화를 위한 제도적 복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 유지에 무게

양대 사업부문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반도체(DS) 부문에서는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의 유임 여부가 주목된다. 그는 지난해 메모리 업황 침체기에 투입돼 엔비디아 HBM3E 품질 테스트 통과와 공급 재개를 성사시키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의 유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나, 그가 겸직 중인 메모리사업부장직을 후임에게 넘기고 전략 중심 역할에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후임 후보로는 송재혁 DS부문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황상준 D램개발실장이 거론된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는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겸 MX사업부장이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전영현 부회장과 투톱 체제를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그는 지난해부터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며, 올해 갤럭시S25 시리즈와 갤럭시 Z폴드7 흥행으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번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복귀하며 부회장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노태문 부문장이 후임에게 MX사업부장 자리를 넘기고 각 부문 사업 총괄에 집중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MX사업부장 후임으로는 최원준 MX개발실장 겸 글로벌운영팀장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뉴삼성 1기’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서 이어온 8년간의 임시 경영체계를 마감하고, AI·반도체·바이오 등 신성장 축을 중심으로 한 조직 재정비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번 인사의 가장 큰 변수이자 이슈는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로,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상황에서 더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며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할 경우 대내외적으로 책임경영과 1인자 체제가 명확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전영현 부회장은 임기가 남아있고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어 당장 물러나기엔 애매하다. 다만 전영현 부회장이 1960년생임을 감안하면 세대교체성 인사시 변화가 있을 순 있다”며 “노태문 사장은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 체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