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보험주가 또 들썩였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 결정에 따라 주주환원 확대 수혜를 타 업종 대비 크게 볼 것으로 기대돼서다. 은행·증권은 3분기 호실적을 거둬 배당 확대 여력에 문제도 없다. 금융주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보험사 12개로 구성된 KRX 보험 지수는 이달 들어 8.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KRX 지수 34개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등락률(-0.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KRX 은행 지수도 6.3% 상승하며 두 번째로 높은 등락률을 보였다. KRX 증권은 이 기간 4.4% 내려갔으나 10일 하루에만 6.4%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종목별로 보면 삼성화재 13.5%, KB금융 12.1%, DB손해보험 11.2%, 서울보증보험 11.1%, BNK금융지주 9.6%, 코리안리 9.5%, 하나금융지주 8.7% 등의 순으로 높았다. 이는 9일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기로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주는 대표적 고배당 업종으로 최고세율 인하 시 주주환원 확대 기대로 자금 유입 가능성이 높다.
당초 정부는 세제 개편안에서 배당소득이 3억원을 초과하면 3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여당을 중심으로 양도소득세 최고세율(25%)보다 높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완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소영 의원과 김현정 의원, 안도걸 의원이 관련 법안(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제출했는데 이 중에서 비교적 대상 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최고세율이 낮은 것은 김현정 의원안이다. '배당성향 35%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 및 직전년도 대비 총배당금액 증가율이 5%(또는 직전 3개년도 평균 총배당금액 대비 5% 이상 증가) 이상'인 상장사를 대상으로 배당소득 3억원 초과에 대해 세율 25%를 적용한다.
김현정 의원안에 맞춰 2024사업연도를 기준으로 상장 금융사 41곳(신규 상장사 제외)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에 부합하는지 확인한 결과, 19곳이 부합했다. ‘배당성향 35% 이상’을 충족한 곳은 11개사, ‘배당성향 25% 이상 및 총배당금액의 증가율이 5% 이상’은 8개사였다.
업종별로 보면 은행주는 10곳 중 7곳이 요건에 충족했다. iM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는 배당성향 35%를 넘겼고 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BNK금융지주·JB금융지주는 배당성향 25%를 웃돌면서 직전년도(2023년) 대비 총배당금액을 5% 이상 확대했다.
KB금융(배당성향 23.8%)와 신한지주(23.9%)는 작년 배당성향이 25%를 밑돌아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으나 올해 배당성향을 약 1%포인트만 올리면 돼 무난히 분리과세 세율 인하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증권주는 18곳 중 8곳이 적용 범위에 들어섰다. NH투자증권·대신증권·유안타증권·부국증권·현대차증권·유화증권은 배당성향 35%가 넘었고 삼성증권·DB증권은 배당성향 25%를 웃돌면서 직전년도 대비 총배당금액을 5% 이상 늘리며 충족했다. 키움증권(24.6%)·한국금융지주(22.3%)·미래에셋증권(15.8%) 등과 같이 배당성향 25%에 약간 모자라는 증권사가 많은 만큼 올해는 분리과세 세율 인하 요건에 부합할 증권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주는 삼성생명·삼성화재·코리안리 3곳만 부합했다. DB손해보험(22.0%)과 메리츠금융지주(10.3%) 2곳은 배당성향을 올리면 가능하다. 그러나 나머지 한화생명·현대해상·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흥국화재 7곳은 2024사업연도에 배당을 집행하지 않아 김현정 의원안으로 통과될 시 분리과세 적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일한 카드 상장사인 삼성카드는 3년 연속 배당성향 40%를 넘긴 만큼 이번에도 무난히 요건을 충족할 전망이다.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높인다. 순이익이 늘어나면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을 확대해 배당 여력이 더 커질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총 18조5650억원으로 전년(16조5268억원) 대비 12.3% 크다. 5대 증권사(미래에셋·NH·삼성·키움·한국금융지주)도 올해 순이익이 총 6조172억원으로 점쳐지는데 이는 전년(4조3919억원)보다 37% 큰 규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면 조건에 충족하지 않은 은행들이 배당성향을 올려 배당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주는 최근 3~4개월간 지수 대비 거의 반응하지 못했는데 정책 기대감에 맞춰 주가도 계속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도 “분리과세 세율 조정은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증권주는 배당성향 측면에서 상승 여력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보험주는 중장기 배당 정책을 보유한 대형사를 중심으로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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