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시장이다.”

사이먼 데이비스 SAP 아태지역(APAC) 총괄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IFC 더 포럼에서 열린 ‘SAP코리아 설립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은 30년간 강력한 고객 기반과 혁신적인 기술 역량을 쌓아왔고,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전환을 선도하는 시장으로 자리잡았다”며 “SAP 본사 역시 한국 고객의 피드백을 제품 혁신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먼 총괄은 “SAP는 아태지역 내에서도 한국을 가장 미래지향적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SAP 랩스 코리아(SAP Labs Korea)에서 시작된 다양한 기술 혁신이 글로벌 제품에 반영되고 있다. 특히 한국 고객들은 기술 이해도와 요구 수준이 높아 SAP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는 140여개 이상의 파트너사와 협력 중이다. 삼성SDS, LG CNS 등 국내 주요 IT기업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은 SAP의 클라우드 생태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며 “AI와 클라우드, 전자적자원관리(ERP) 전환 등 차세대 비즈니스 혁신을 한국이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 왼쪽부터)사이먼 데이비스(Simon Davies) SAP 아태지역(APAC) 총괄 회장, 권일 CJ제일제당 넥스트 ERP TF 리더, 신은영 SAP 코리아 대표이사가 패널 토의를 나누고 있는 모습. / SAP코리아
(사진 왼쪽부터)사이먼 데이비스(Simon Davies) SAP 아태지역(APAC) 총괄 회장, 권일 CJ제일제당 넥스트 ERP TF 리더, 신은영 SAP 코리아 대표이사가 패널 토의를 나누고 있는 모습. / SAP코리아

30년간 한국 기업 디지털 전환의 동반자

SAP코리아(대표이사 신은영)는 1995년 11월 1일 설립 이후 30년 동안 국내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며 성장해왔다.

회사 설립 이후 ▲2005년 SAP 랩스 코리아 설립 ▲2013년 S/4HANA 출시 ▲2018년 SAP S/4HANA 클라우드 국내 출시 ▲2020년 한국 SAP 사용자 그룹(KSUG) 출범 ▲2024년 금융보안원 CSP 보안 평가 완료 등 주요 이정표를 거치며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신은영 SAP코리아 대표는 이날 개회사에서 “SAP코리아는 지난 30년간 국내 기업과 함께 성장하며 비즈니스 혁신의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국내 기업의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위해 AI 및 클라우드 솔루션 도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난 4월 한국어를 공식 지원하기 시작한 AI 에이전트 ‘쥴(Joule)’, 7월 국내 출시한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Business Data Cloud, BDC) 등 SAP의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국내 기업의 데이터 활용과 의사결정 과정을 지능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 SAP 기반 ‘넥스트 ERP’ 구축 나서

이날 간담회에서는 SAP코리아와 함께 디지털 혁신을 추진 중인 CJ제일제당의 사례가 대표적으로 소개됐다.

CJ제일제당 권일 Next ERP TF 리더는 “SAP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중심의 유연한 경영 구조를 확보했다”며 “AI 기반 비즈니스 혁신과 데이터 중심 경영 전환을 위해 RISE with SAP를 기반으로 S/4HANA 클라우드 ERP와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BDC)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또한 “SAP 시그나비오(Signavio)를 활용해 디지털 트윈 기반 상시 프로세스 혁신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SAP 아리바(Ariba)와 AI 유닛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리더는 이어 SAP의 연례 글로벌 행사인 ‘사파이어(Sapphire) 컨퍼런스’를 언급하며, “CJ제일제당의 넥스트 ERP 사례가 사파이어 행사에서 성공사례로 발표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공유 및 확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CJ제일제당은 2027년 차세대 ERP 시스템 ‘넥스트 ERP’ 오픈을 목표하고 있다. SAP와 협력해 온 지난 8년간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클라우드 전환, AI 도입, 데이터 통합 등 다양한 혁신 과제를 함께 해결해왔다.

‘파트너·고객·AI 정책’ 3대 축으로 미래 성장 구체화

SAP코리아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성장 전략으로 ‘파트너·고객·AI 정책’을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한국 시장은 정부의 ‘AI+X 산업 전략’과 SAP의 기술 방향이 정렬된 대표적 국가로, AI 및 클라우드 혁신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이먼 총괄은 “AI는 이제 별도의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 속으로 내재화되고 있다”며 “SAP는 인사관리, 재무, 공급망, 고객경험 등 비즈니스 전반에 AI를 통합하고 있으며, 특히 고객의 데이터를 외부로 가져오지 않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로 비효율적인 테스크를 줄이고, 직원 한 명당 생산성을 약 20% 높일 수 있다”며 “이미 아태지역 500여개 기업, 한국에서도 20개 이상의 기업이 SAP의 AI 기능을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SAP코리아는 파트너사와 협력해 레거시 시스템 현대화·데이터 통합·AI 도입 지원 등 국내 기업의 현실적 과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이먼 총괄은 “한국의 규제 기반은 다른 아태국가보다 성숙해 AI 도입 시 리스크 관리와 신뢰 확보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신은영 SAP 코리아 대표이사가 발언하는 모습 / SAP 코리아
신은영 SAP 코리아 대표이사가 발언하는 모습 / SAP 코리아

“AI 시대, 기술보다 신뢰와 실행력이 경쟁력”

신은영 대표는 “한국은 정부의 강력한 AI 정책 의지와 기업들의 높은 기술 수용도가 결합된 시장으로, SAP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제조·물류·의료 등 50개 산업에 AI를 통합하기 위해 약 1조9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은 SAP의 쥴(Joule) 기반 AI 기술이 가장 효과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이어 “SAP는 레거시 시스템 현대화, 데이터 통합, AI 도입 등 국내 기업이 직면한 핵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성과 기술력을 결합해 나가겠다”며 “앞으로의 30년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와 실행력으로 고객의 비즈니스 가치를 실현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영 대표는 이날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SAP의 핵심 철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SAP는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을 고객으로부터 출발한다. 고객과 끊임없이 협력하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DNA”라며 “한국 고객은 세계적으로도 기술 수준과 요구의 깊이가 두세 단계 높다. SAP의 혁신을 움직이는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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