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거품)론’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업무 중지) 해제에도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이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AI 거품론’이 부상하며 기술주 중심의 조정 흐름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반면 주요 AI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확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업무 중지) 해제에도, 주식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 DALL·E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업무 중지) 해제에도, 주식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 DALL·E

13일(현지시각) 미국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AI 관련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나스닥 종합지수도 전일 대비 2.3%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이날 자정 사상 최장 셧다운을 마쳤음에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불확실성과 AI 관련 기술주 고평가 우려에 따른 매도세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날 오라클은 전일 대비 4.15% 하락했다.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도 지난주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8% 하락했다. 엔비디아(-2.19%), 아마존(-1.82%), 마이크로소프트(-1.82%), 알파벳(-0.98%)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올해 들어 AI 기업들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와 실제 수익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AI 거품론’은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도세가 AI 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과 막대한 투자금이 지속 불가능한 지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뜻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월가의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AI 거품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에 베팅해 큰 이익을 거둔 바 있다. 지난주에는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 주요 AI 기술주를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 공매도했다.

리사 샬렛(Lisa Shalett)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언론 포춘(Fortune)에서 “AI 관련 주식의 랠리가 밸류에이션을 ‘닷컴버블 시대’ 당시조차 보기 힘들었던 극단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그만큼 (AI 관련주는) 아주 작은 실망 요인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 같은 논란에도 글로벌 AI 기업들은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앤트로픽은 13일(현지시각)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에 500억달러(약 74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도 50억달러(약 7조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했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또한 지난 11일 AI 종목 투자 확대를 위해 최근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매도한 바 있다. 자회사인 비전 펀드가 오픈AI를 비롯해, AI 관련 신생 기업 및 반도체 생태계 투자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나브니트 고빌(Navneet Govil)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해당 소식을 발표한 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닷컴버블 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AI 기업들이 실질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출이 많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수요에 따른 투자”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AI 기술주 급락이 바로 AI 시장 붕괴 신호로 해석되는 것은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AI는 초기 단계에 있으며, AI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와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니얼 아이브스(Daniel Ives) 웨드부시(Wedbush) 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13일(현지시각) 발간한 리포트에서 “이번 매도세는 AI 혁명의 종말이 아니라 건전한 조정”이라며 “투자자들은 실질적 승자와 단순한 과열 종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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