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팬덤 플랫폼 ‘베리즈(Berriz)’를 확장하고 나섰다. 카카오는 음악 IP 발굴부터 음원·티켓·MD 유통까지 모두 자체 서비스로 처리하는 유일한 사업자다. 팬덤이 소비하는 모든 경로를 자사 생태계로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베리즈는 카카오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25일 카카오에 의하면 카카오는 베리즈에 팬 스토어 ‘베리즈샵’을 추가하는 등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한다. 베리즈샵은 콘텐츠와 아티스트 등 다양한 K컬처 IP의 공식 굿즈(MD), 한정판 MD, 팬클럽 멤버십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몰이다. 이런 커머스 기능은 하이브 위버스, CJ ENM 엠넷플러스, 비마이프렌즈 비스테이지, 노머스 프롬 등 팬덤 플랫폼 대부분이 제공한다.
카카오가 베리즈를 고도화하는 건 베리즈가 카카오 콘텐츠 경쟁력의 핵심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악 분야 IP 발굴·기획부터 유통과 연관 사업까지 모두 내재화했다.
예를 들어 SM엔터테인먼트와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아이돌을 육성하면 음원은 멜론, 공연 티켓은 멜론티켓에서 소비된다. MD는 베리즈샵과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으로 판매된다. 이렇게 소비자가 된 팬덤이 음악 콘텐츠와 아티스트 IP를 소비하는 경로가 전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안에 포함돼 있다. 베리즈는 이런 팬덤이 모여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공간이다.
팬덤 플랫폼은 최근 콘텐츠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다. 팬덤 플랫폼은 베리즈를 포함해 현재 하이브 위버스, SM엔터테인먼트 버블, CJ ENM 엠넷플러스, 노머스 프롬(fromm), 비마이프렌즈 비스테이지까지 ‘6파전’ 상황이다. 이들은 대부분 활동량이 많은 코어팬덤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여기서 음원·티켓·MD를 모두 자체 서비스로 제공하는 곳은 카카오뿐이다.
카카오가 베리즈에 집중하는 건 팬덤이 갖는 가치 때문으로 분석된다.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또는 콘텐츠 IP를 향한 충성도가 높을수록 많이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팬덤은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트래픽을 대량으로 유발하는 이용자인 것이다. 실제 위버스는 유료 멤버십과 광고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면서 올해 3분기 흑자 전환했다. 방탄소년단(BTS) 등 글로벌 아티스트가 입점한 위버스는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000만명 내외를 오간다.
경쟁사들은 기능별 강점이 있다. 하이브(위버스), CJ ENM(엠넷플러스), 노머스(프롬)는 음반·음원 유통, 티켓 예매, 음원 스트리밍은 다른 회사를 통해야 한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FLO)’ 운영사 드림어스컴퍼니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비마이프렌즈도 음반·음원 유통과 예매는 타사를 이용해야 한다. 음악 콘텐츠 관련 모든 부문을 내재화한 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뿐이다.
또 카카오가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성장한 회사라는 점도 중요하다. 팬덤 플랫폼의 1대 1 메시지 서비스는 팬덤 충성도를 향상시키는 핵심 기능으로 꼽힌다. 메시징 서비스로 시작한 버블을 비롯해 위버스DM(위버스), 플러스챗(엠넷플러스), 프롬 메시지(프롬), 비스테이지 팝(비스테이지)까지 모두 메시징 서비스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에는 한계가 나타난다. 보통 비교 대상은 카카오톡이다. 사진을 묶어 전송하는 기능이 없다거나 메시지 알림은 오는데 채팅창에는 반영되지 않는 동기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톡 대비 이모티콘 활용 폭이 좁은 것도 사용자 경험을 떨어뜨린다.
반면 카카오는 베리즈·버블·멜론만 연계해도 K팝 산업에선 유일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베리즈와 버블을 카카오톡과 연동하면 카카오톡 트래픽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음원 플랫폼 멜론은 이미 카카오톡 프로필 음악 설정에 사용된다. 다만 베리즈와 버블의 연계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앞서 1월 베리즈를 출시하면서 버블과 시너지를 창출할 방향으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