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고령층의 이자부담이 다소나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계약대출을 이용하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대출 부담이 적지 않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 각 보험사들이 우대금리 신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내달 1일부터 건강·CI(중대질병)보험 등 12개 상품(무배당 장기간병 삼성라이프케어보험·무배당 삼성 애니케어간병보험·무배당 삼성화재 시니어암보험 등)에 보험계약대출 우대금리 0.1%포인트를 적용한다. 연금보험 4종에는 0.5%포인트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고령층 중심의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당국 지적에 따라 조정이 필요한 상품군을 선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양생명도 이달 초 만 65세 이상 고령층과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보험계약대출 우대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등 주요 보험사들도 내주 중 우대금리 방안을 발표하고 다음 달 초에는 적용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올해 초 금융당국이 ‘제6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제기한 문제 의식이 자리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당시 "보험계약을 담보로 대출을 이용하는 고령층의 고금리 비중이 높아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다. 과거 가입한 상품은 약정이율 자체가 높아 가산금리를 조정해도 총 대출금리가 크게 낮아지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계약대출 금리는 통상 보험계약의 약정이율에 1.5~2%포인트를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약정이율이 높게 책정된 상품일수록 최종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외환위기(IMF) 이후 2000년 사이에 가입한 금리확정형 보험계약은 적립금 이율이 매우 높아 약관대출 금리도 8~9%에 이른다. 이 때문에 총 대출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반면 최근 판매되는 금리연동형 상품의 약정이율은 3% 후반~4% 중반대에 머물러 과거 상품 체감 금리 격차가 부각됐다.
실제 대출 잔액에서도 고령층 부담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0조원을 기록했다. 2023년 70조원대를 돌파한 뒤 비슷한 규모를 지속 유지하고 있다.
6% 이상 고금리 계약은 16조원대(약 23%)로 이중 절반 이상은 50~60대 이상 고령층이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여건과 소비 구조를 고려할 때 고금리 약관대출이 가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당국은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생명·손해보험협회 모범규준을 개정해 보험계약대출 금리에 우대금리 항목을 둘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각 보험사가 연말부터 우대금리를 실제 적용하기 시작한 것도 제도 개편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우대금리 0.1%포인트 적용 시 연간 약 330억원 수준의 이자 감면 효과를 볼것으로 기대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은 기본적으로 약정이율에 따라 금리가 산정되는데 과거 고금리 시절에 판매된 상품의 경우 약정이율 자체가 높아 대출금리가 높게 유지돼 왔다”며 “이번 우대금리 조치가 고령층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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