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공지능(AI) 분야는 ‘초거대 AI’에 더욱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AI 분야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이후 대기업 중심으로 ‘초거대 AI’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올해 이 시장이 ‘초거대 AI’를 중심으로 흘러갈 것을 예고한다.

./ 오픈AI 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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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거대 AI의 ‘거대한’ 움직임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와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인공지능의 규모를 수천억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로 대폭 확장한 인공지능이다.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사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사람에 가까운 대화에서부터 문학·예술 창작, 감정분석 등 전문적인 작업을 구현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말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만이 공동 설립한 실리콘밸리의 AI 기업 ‘오픈AI’가 선보인 ‘챗(Chat)GPT’는 초거대 AI의 ‘거대함’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챗GPT는 사람의 피드백에 기반하는 강화학습 등을 적용해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소통을 구현해 냈다.

국내 AI 전문기업 ‘스켈터랩스’는 18일 발표한 ‘대화형 AI 시장 전망’에서 "초거대 AI 모델인 챗GPT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부터 학습했지만 지속적으로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못하는 등, 답변의 정확도나 신뢰성에 대해서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그간 출시된 초거대 AI 모델 중 처음으로 특별한 진입장벽 없이 마치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듯 사용할 수 있다는 강력한 강점이 있어 향후 대화형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로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챗GPT(GPT-3.5)의 이전 버전인 GPT-3이 나왔을 때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초거대 AI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네이버, 카카오, LG, SK텔레콤, KT 등 국내 대기업으로까지 이어졌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HyperCLOVA), 카카오의 민달리(minDALL-E), LG의 엑사원(EXAONE) 등이 대표적인 초거대 AI 모델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실제 초거대 AI 모델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실효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뤼튼(wrtn.ai)은 하이퍼클로바를 사용해 마케팅 카피라이팅을 실행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깃허브(GitHub)는 GPT-3를 활용해 자동코드완성 AI 서비스인 코파일럿(Copilot)을 선보였다. 노션(Notion) 또한 GPT-3를 활용한 노션AI 서비스를 신설하는 등 초거대 AI 모델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의 등장으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누구나 사용 가능한 ‘초거대 AI’ 실현될까?

초거대 AI의 단점은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에서만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연구기관이나 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선뜻 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지난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자는 의견들이 힘을 얻었고, 그 결과로 일루더에이아이(Eluther AI)와 같은 자발적인 연구 커뮤니티/기관이 탄생했다. 이들은 GPT-3와 유사한 성능의 초거대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루더에이아이에 자발적으로 엔지니어들이 참여해 한국어 초거대 모델인 ‘폴리글롯 한국어’를 공개한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빅사이언스의 BLOOM, 일루더에이아이의 GPT-NeoX 등 여러 글로벌 기관에서 초거대 공개 모델을 내놓으며 대화형 AI 시장의 진일보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심지어 글로벌 대기업 기업 또한 일부 초거대 AI 모델을 오픈소스화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구글의 UL2,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중국어 GPT-3 등이 오픈소스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초거대 AI 모델 오픈소스 공개 움직임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막대한 것으로 보인다.

초거대 AI와 함께 성장할 ‘소규모 AI’

올해는 초거대 AI 모델과 함께 ‘소규모 AI’도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삶에 더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스케일이 보다 작고 전문적으로 세분화된 AI 모델이기 때문이다.

스켈터랩스 관계자는 "초거대 AI는 규모가 큰 만큼 미세조정이 쉽지 않고 학습 및 운영 비용이 높아 고객 맞춤의 모델로 조정이 용이하지 않다. 이 때문에 특정 주제에 집중한 문제에 대해서는 소규모 AI 모델이 더 유리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틈새를 공략해 AICC(인공지능 컨택센터) 등 기업의 디지털 전환 니즈가 강한 부분에 있어서는 초거대 AI가 아닌 소규모 AI 모델의 강세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량화 기계독해 모델 ‘리틀버드-베이스(LittleBird-base)’는 실용성을 증명한 대표적인 소규모 AI 모델이다.

스켈터랩스와 같은 AI 전문기업들도 수요 기업의 요구에 맞춰진 경량화 AI 모델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추세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