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한 기술 요소가 우리의 일상에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급속한 기술의 진보와 사회의 변화를 맞닥뜨릴 대학생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연세대학교 IT경영전략학회인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들이 한 학기 동안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한 기술 요소를 주제로 스터디한 결과물을 소개합니다.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기술의 현재와 고민을 살펴보기 위해 최대한 제출된 원본 그대로를 전달합니다.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는 총 11회가 게재됩니다. [편집자주]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①빅데이터 시대 ‘나는 누구인가’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②자율 주행과 TOR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③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헬스케어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④가짜뉴스를 만드는 AI, 가짜뉴스를 잡는 AI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⑤블록체인,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키를 잡을 수 있을까 '음원시장을 중심으로'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⑥인공위성영상 분석과 정보우위 '경제적 가치와 국가 안전'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⑦나는 인공지능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⑧진정한 무인매장이란 무엇인가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⑨미래 성장을 위한 국내 MaaS 도입 검토의 필요성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⑩AI 데이터 필터링 기반 타겟 광고를 경계해라 '페이스북 사례를 중심으로'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⑪모두가 코딩을 쉽게 할 수 있는 시대

2012년 미국의 대형 할인마켓체인 타겟(Target)은 고객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해당 고객은 타겟이 딸에게 유아용품 할인 쿠폰을 보냈다는 것에 크게 분노했다. 당시 매니저는 예비 엄마에게 보냈어야 할 쿠폰을 잘못 보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반전은 한 달 뒤에 일어났다. 항의했던 고객에게 다시 한 번 사과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건 매니저가 도리어 사과를 받은 것인데, 알고 보니 고객의 딸은 실제로 임신 중이었다. 아버지도 모르고 있던 딸의 임신 사실을 타겟이 먼저 파악하고 마케팅에 활용했던 것이다.

고객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에 맞춰 마케팅을 할 수 있다면 탁월한 효과가 있으리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하지만 타겟은 단순히 결혼 적령기,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지는 않았다. 타겟은 어떻게 고등학생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유아 용품 할인 쿠폰을 보낼 수 있었을까?


 미국 타겟 매장. / 출처 ABC News 갈무리
미국 타겟 매장. / 출처 ABC News 갈무리
◇ 빅데이터 마케팅

타겟은 고객의 가입 정보, 구매 이력, 검색 이력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임신 중인 고객이 어떤 구매 패턴에 따라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 지를 알아냈다. 상관 관계 분석을 통해 타겟은 고객이 임신을 하면 평소에는 구매하지 않던 칼슘, 마그네슘 등의 영양제를 구입하고, 임신 중기에는 화학 물질이 적은 로션, 출산이 임박하면 유아 용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여성 고객이 영양제를 구매하면 타겟은 미리 임신 가능성을 주목하고 할인 쿠폰을 발송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 역시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다. 회원 정보, 구매 이력, 검색 이력, 장바구니, 지면 체류 시간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높은 관심을 갖는 상품, 실제로 구매하는 상품, 그리고 고객의 구매력에 맞게 개인화된 추천과 광고를 배달하는 것이다.

맞춤 추천과 광고의 핵심은 정확한 시기에 정확한 고객을 상대로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고객들은 기존의 무분별한 마케팅에서 느껴왔던 피로도가 감소하고 상품 구매를 위한 검색 비용이 줄어 빠르고 편리하게 쇼핑을 완료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의 이탈이 줄고 구매 전환율이 높아진다.

국내 활용 사례 ‘11번가’

SK텔레콤의 이커머스 사업인 11번가는 최근 장바구니 리마인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일정 기간 이상 장바구니 상품을 구매하지 않은 고객에게 푸시 알림을 보내는 것으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시범 서비스를 실시했을 때 월 평균 10억원이 추가 결제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검증됐다.

11번가는 고객이 장바구니에 제품을 담아 놓고 구매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를 분석했다. 유사한 상품을 가격 비교를 통해 이미 구매한 경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관심 상품을 다시 찾아보기 위해 장바구니를 활용하는 경우, 장바구니에 담아둔 것을 잊은 경우, 가격 부담, 그리고 재고 소진이 그 뒤를 따랐다. 11번가는 이 중 ‘장바구니에 담아둔 사실을 잊어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에 집중했다.

먼저 11번가는 그간 고객의 검색 및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장바구니에 남겨진 상품 중 고객이 가장 매력을 느낄만한 상품을 선정한다. 또, 해당 고객이 가장 많이 결제한 시간대, 모바일 앱을 사용한 시간대를 분석해 고객이 상품을 가장 구매할 것 같은 시간 1시간 전에 리마인드 알림을 보낸다. 유의할 점은, 이미 유사한 제품을 구매했거나 리마인더 알림을 이미 받은 경우, 고객의 피로도를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알림을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1번가는 기존처럼 막연한 경험치에 기대어 판매하는 것이 아닌,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매해 고객의 쇼핑 편의성과 쇼핑 경험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2019년 3월 기준으로 11번가의 이탈률은 34.34%로 215만명이다. 11번가는 ‘장바구니 리마인더’ 서비스를 시작으로 편의성 개선과 고객 경험 증진을 통해 이탈률을 줄이고 최근 둔화된 성장세를 극복,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재 ‘장바구니 리마인더’ 서비스는 장바구니 속 남겨진 상품의 존재를 환기시키는 수준이지만, 추후 장바구니에 남아 있는 상품의 할인 정보, 마감 임박 정보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 국내 활용 사례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지난 3월 노원구 월계동에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개점했다. 트레이더스는 첫 서울 매장 개점을 앞두고 삼성카드와 협업해 빅데이터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불특정 다수에게 동일한 광고를 무작위로 발송하거나 단순 주거지를 기준으로 타겟을 정하는 대신, 거주지, 주요 소비 지역, 소비 성향 등 고객을 다각도로 분석해 타겟을 세분화,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트레이더스는 삼성카드의 고객 결제 데이터를 십분 활용했다. 고객의 거주지는 물론, 실제 소비 지역과 이동 동선을 분석해 ‘노원구 소비 이력이 많은 고객’을 타겟으로 잡았다. 이는 단순 ‘노원구 거주 고객’과는 다르다. 거주지와 관계 없이 월계점이 위치한 노원구에서 많이 소비하는 타겟 소비자의 대중 교통 결제 이력을 분석해 고객의 주요 이동 동선을 파악하고, 거점 별로 광고를 설치했다. 개점 3주 전에는 초·중·고 자녀를 둔 가정, 백화점 식품 코너나 대형마트에서 자주 결제한 소비자 등으로 타겟을 한 번 더 좁혀 마케팅했다. 또한, 삼성카드 앱을 통해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사고 싶은 품목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행, 이를 반영해 월계점의 매장 품목 및 할인 품목을 구성했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할인 쿠폰과 프로모션 안내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 IT조선 DB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 IT조선 DB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2주 만에 14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36만명이 방문했는데 이는 다른 점포에 비해 약 1.5배 가량 높은 수치다. 괄목할만한 점은, 트레이더스를 이용한 경험이 전무한 새로운 고객이 80%를 넘었다는 점이다.

◇ 빅데이터 시대에 대한 경고

기업들은 빅데이터 활용이 고객의 편의와 경험을 증진시킴을 강조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기 위해 개인 정보 보호 규제를 느슨히 할 것을 요구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당사자가 개인 데이터의 수집 중지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기업의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는 옵트 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당사자가 개인 데이터의 수집을 허용하기 전까지는 데이터 수집을 금지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활용이 개인에게 이롭기만 할까? 한 연구에 따르면, 구글 온라인 광고 시스템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고임금의 직업을 추천할 확률이 높다고 나타났다.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돈을 번다는 기존의 편견이 개입된 결과이다. 이처럼 개인은 구글의 ‘고도화된 추천 시스템’ 때문에 본인의 실제 능력 여부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구글이 "그러하리라 예상"한 바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다. 또, 그 판단 때문에 많은 기회를 박탈 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알고리즘은 구조화된 차별을 낳고, 배제와 계층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개인은 애초에 이러한 문제가 존재하는지 자체를 알기 힘들다. 기업이 나에 대해서 사소한 것부터 굵직한 것까지 얼마나 많고 다양한 정보를 쌓아두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을 뿐더러, 이런 데이터가 어떻게 가공되어 사용되는 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인을 대신해 빅데이터를 활용할 때의 효용과 그 이면의 부작용들을 모두 균형 잡힌 시선으로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