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이 전임 최기영 장관과 본격적인 줄긋기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최 장관 시절이던 4월 이통3사가 28기가헤르츠(㎓) 대역 기지국을 공동 구축하는 등 활성화 대책을 내놨는데, 불과 3달도 안돼 임 장관이 관련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6월 28일 이통 3사 CEO와 만나 발언하는 모습 / 과기정통부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6월 28일 이통 3사 CEO와 만나 발언하는 모습 / 과기정통부
임혜숙 장관 "28㎓ 기지국 공동 구축 계획 없다"

임혜숙 장관은 5일 오후 세종시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취임 후 첫 출입기자단 대상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임 장관은 최근 과기정통부 현안인 통신·우주발사체·K백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주요 내용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5G 관련 내용이었다. 임 장관은 "(이통3사의) 28㎓ 통신망 공동 구축은 기술적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파악한다"며 "공동 구축 부분은 (취임 후 아직) 살펴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4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통신 시설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 3.5㎓ 대역의 5G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지국을 공동 이용하도록 하는 ‘농어촌 5G 공동이용 계획'을 내놨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28㎓ 대역 기반 5G 커버리지를 확대를 위해 이통3사가 기지국을 공동으로 구축하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임 장관은 이를 부정했다.

임 장관은 전임인 최기영 전 장관의 행보와 반대다. 최 전 장관은 임기 당시 4월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28㎓ 대역 의무 구축을 위해 (이통3사의) 공동 구축으로 생각한다"며 "(공동 구축에 나선다면) 기지국 1만5000곳 설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통 3사는 올해까지 28㎓ 대역 5G 기지국을 각 1만5000대씩 설치해야 한다. 당시 최 전 장관은 지지부진한 결과물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구축 카드를 내밀었다.

이통 3사는 2018년 과기정통부로부터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는 과정에서 3년 안에 28㎓ 대역 5G 기지국을 각 1만5000대씩 설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구축된 이통 3사의 28㎓ 기지국은 3월 기준 총 91개다. 계획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못해 기지국을 거의 설치하지 않은 셈이다.

28㎓ 5G 시범 프로젝트 내용 목록 / 과기정통부
28㎓ 5G 시범 프로젝트 내용 목록 / 과기정통부
임 장관, B2C 영역서 28㎓ 5G 서비스 확대하며 최 전 장관과 반대 행보

임 장관은 이번 간담회서 B2C 영역의 28㎓ 5G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는 간담회서 "최근 이동통신 3사 대표와 만나 (28㎓ 5G) 실증 사업을 논의했다"며 "많은 실증 사업으로 국민이 28㎓ 서비스를 체감하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6월 28일 이통 3사 CEO와 만나 28㎓ 5G 서비스 확대를 위한 사업을 구체화했다. 이통 3사 별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28㎓ 5G 실증 서비스를 전국에서 각각 3~4개씩 진행해 총 10개 사업을 추진하는 ‘28㎓ 5G 시범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과기정통부와 서울교통공사, 이통 3사가 협력해 지하철 2호선 지산 구간(신설동~성수역)에서 28㎓ 5G 실증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도 더했다.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만큼 28㎓ 대역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과기정통부 설명이다.

임 장관의 이런 행보는 최 전 장관과 다르다. 최 전 장관은 28㎓ 5G 서비스가 개인용(B2C)이 아닌 기업(B2B) 비즈니스 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최 전 장관은 2020년 10월 열린 국회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28㎓ 대역을 통한 전국민 서비스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스몰셀(소형 이동통신 기지국) 정도는 고려하지만 28㎓는 B2B 분야에 쓰일 것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8㎓ 5G는 이론상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대비 20배 빠른 20기가비피에스(Gbps)급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한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5G 서비스는 고주파인 3.5㎓ 대역을 쓰지만, 28㎓는 상대적으로 초고주파 대역인 밀리미터파(mmWave)를 쓴다. 28㎓ 주파수 대역은 3.5㎓ 대역보다 빠른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를 보장하지만,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회절성이 작다 보니 장애물 통과가 힘들다. 전국망 구축 등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고 단점 극복을 위한 기업의 기술 발전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