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절대 극적 전환점(Absolute Tipping Point)은 무엇일까.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늘 같은 생각과 일에 국한된 삶일까. 아니면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성취하는 삶일까.

만일 전자의 삶이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면 인류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후자의 삶이 새로운 꿈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미지의 세상을 향한 도전적 발걸음이 기술발전이라는 날개를 달아준 덕분에 인류는 더욱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네가 그대로 발을 딛고 서 있으면 그저 땅이지만, 발을 내디디고 앞으로 가면 너의 길이 된다." 얼마 전 종영한 한 사극 드라마 대사의 일부이다. 인간은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새로운 길을 만들고, 다시 그 길 위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능동적 사고를 통해 혁신을 이뤄가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2020년,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을 시작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그리고 기술과 경제의 패러다임이 급변한다. 변화는 우리에게 늘 위기와 기회를 함께 가져온다. 위기를 경계하되, 기회를 먼저 선택해 앞으로 나간다면 대한민국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써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산과 변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먼저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흔히 몇 가지 영어단어들로 표현한다.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그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대표적이다. 이 세 단어는 모두 4차 산업혁명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때 혼용해 사용하는 것들이다.

셋 다 비슷하지만 정확히 구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각각 의미와 적용에 있어 차이가 있다. 서로 순차적 상호연관성을 바탕으로 연결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먼저,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과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둘 다 우리말로 ‘디지털화’라고 번역해 사용한다. 그러나 이 둘은 전자가 있어야 후자가 성립하는 구조이다.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은 아날로그 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은 디지털 형태로 만들어진 정보를 특정한 작업 단순화에 최적화시키는 방법을 고려하는 과정을 뜻한다.

그리고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우리말로 ‘디지털 변환’ 또는 ‘디지털 전환’이라고 번역해 사용한다. 이것은 디지털로 전환된 모든 데이터와 이를 통한 비즈니스 최적화 방법을 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응용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의 산업구조는 ‘디지털 변환’을 향해 달려간다. 시장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기술발전은 그것을 수용하는 사용자의 욕구를 앞서 발견하고 예측해 시장을 이끌어 가기 위한 변화의 주역이다.

기술변화와 소비자의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시장원리’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기업의 이익을 실현하게 해주는 소비자가 주축이다. 소비자 욕구가 적극적인 기술변화를 자극하는 동인이다. 발전한 기술은 소비자의 편리성에 편승해 더욱 빠르게 확산하는 특징을 가진다.

인류 역사에서 시간이 흐르며 일어나는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이전 기술을 새로운 기술이 대체하는 발전과 진화의 과정이다. 또한, 서로 다른 것들 간의 결합 즉, 융합을 통한 발전이 사람과 사회의 변화를 촉진한다.

3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은 이전의 기술 결과로 만들어진 도구들이 가진 다양성을 융합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더욱 간편하게 만들며 새로운 형태의 도구로 재탄생 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예를 들면, 전통적이고 독립적인 매체인 신문, 라디오, TV와 카메라, 음악재생 기구, 일정관리 도구 등이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와 융합돼 하나의 기기를 통해 더욱 편리하게 접근하고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했다.

기술발전은 시장에서 개발자, 공급자, 소비자로 이어지는 연결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각각의 개체는 시장에서 서로의 입장과 목표가 다르게 나타난다. 개발자와 공급자는 이전 기술을 보완해 이용 편리성이 더욱 증대된 새로운 것을 만들어 소비자를 유혹해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소비자는 새로운 기술로 탄생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많이 출현하면 더욱 넓은 선택권을 가지게 될 것을 기대한다.

방송 콘텐츠 시장을 예를 들어보자. 이 시장의 기술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는 콘텐츠 소비자에게 이전엔 기대하기 어려웠던 선택권을 제공하면서 이뤄졌다.

영상 콘텐츠 전달 구조의 시초는 영화관을 통한 전달이었다. 그러다 TV가 개발되고 수용됐다. 지상파 방송사는 시장에서 오랫동안 영상 콘텐츠 전달의 절대적 영향력을 구가했다. 지상파 방송과 더불어 케이블, 위성, IPTV, 종편채널 등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며 그 영향력과 수익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했다. 그리고 지금 이러한 구조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플랫폼 형태의 콘텐츠 전달 방법인 오버더톱(OTT) 서비스는 이전의 콘텐츠 전달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며 시장을 재편한다. OTT 서비스 관련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 선택권 증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어질 칼럼에서 더욱 다루려 한다.

사회에서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의 확산 이론은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경향은 커뮤니케이션과 영향력 과정으로 표현되는 확산으로 수용자적 관점에 중심을 둔다. 새로운 기술, 정보, 콘텐츠의 잠재적 사용자인 소비자가 그것을 이미 수용해 사용하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영향력을 통해 그것의 존재 여부를 인지하고 그것을 수용하도록 설득되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한 동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치면서 수용에 관련된 정보를 서로 소통함으로써 확산이 이루어진다.

두 번째 경향은 기술사용에 투입되는 비용과 이익에 기반을 둔 경제학적 접근을 통한 확산의 변화이다. 새로운 기술, 정보, 콘텐츠 사용에 투입하는 소비자 비용이 증가하면 할수록 새로운 정보기술과 콘텐츠의 확산률이 저하된다. 반대로 새로운 기술, 정보, 콘텐츠 사용으로 인한 소비자 이익이 증가하면 그것의 소비자 수용 속도는 증가한다.

세계적 석학인 에버렛 M. 로저스 교수(Dr. Everett M. Rogers)*혁신의 확산 이론 연구에서, 확산이란 "새로운 혁신이 사회 시스템 구성원들 사이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정한 채널을 통해 소통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기술은 이른 수용자를 시작으로 완만하게 퍼지다가 일정 시점을 지나면 급속도로 확산하고, 포화 단계를 지나 급격히 소멸한다./위키피디아
새로운 기술은 이른 수용자를 시작으로 완만하게 퍼지다가 일정 시점을 지나면 급속도로 확산하고, 포화 단계를 지나 급격히 소멸한다./위키피디아
이 개념 정의에서 확산이론의 중요한 네 가지 구성요소를 구분할 수 있다. 혁신, 소통을 위한 채널, 기간 그리고 사회 시스템이다. 이것을 통해 보면, 새로운 혁신은 그 혁신이 전파되는 사회 시스템 내에서 각 개인의 주관적 인식 혹은 인지가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저스(Rogers) 교수는 새로운 혁신은 다섯 가지 대표적 특징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연관적 편익 혹은 장점(relative advantage), 호환성(compatibility), 복잡성(complexity), 사전 사용 가능성(trialability), 그리고 관측 가능성(observability) 등이다.

연관적 편익 혹은 장점(relative advantage)은 새 기술이 기존의 것보다 월등하여 새로운 것으로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인식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호환성(compatibility)은 잠재적 수용자가 새로운 기술이 현존하는 가치, 과거의 경험 그리고 욕구와 일치하거나 부합한다고 인식하는 정도를 뜻한다.

복잡성(complexity)은 수용자가 새로운 혁신적 기술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식하는 정도다. 사전 사용 가능성(trialability)은 새로운 기술을 수용자가 사전에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해 볼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관측 가능성(observability)은 새로운 기술 혹은 혁신의 결과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확연히 보여질 수 있는 정도를 가리킨다. 이러한 다섯 가지의 특징과 기본적 확산이론의 정의를 도식화한 것이 ‘S곡선’(S-curve)이다. 이용자의 수용과정을 표현한다.

이어질 "기술 혁신의 확산" 하편은 확산이론을 적용한 방송 콘텐츠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대해 실제 플랫폼 형태의 미디어 콘텐츠 기술과 기업의 사례를 국내 사업자인 ‘웨이브’(Wavve)’와 해외 사업자인 넷플릭스(Netflix)를 비교해 살펴보려 한다.

***이 글은 혁신적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사고의 확산 연구에 일생을 바친 혁신이론의 아버지이자 필자의 스승이며, 세계적 석학인 에버렛 M. 로저스 박사(Dr. Everett M. Rogers; 1931년 3월 6일 – 2004년 10월 21)’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가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권호천 Global ICT Lab 소장은 미국 오하이오대학(Ohio University)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광고/PR 부전공)를, 뉴욕주립대 버펄로(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석 그리고 뉴미디어를 교육하고 연구했다. Global ICT 연구소를 개소해 빅데이터를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 산업, 정책 등의 연구와 자문 업무를 담당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전기공사협회 남북전기협력추진위원회 자문위원, (사)국방안보포럼 ICT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블록체인의 사회 확산과 발전, 남북전기 교류의 발전, 국방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