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3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이 순항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보다 6개월쯤 늦게 3나노 제품 양산에 돌입했지만 높은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로 고객사를 안심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3나노 공정에서 TSMC 대비 우위를 가져가야 할 삼성전자에는 악재와 같은 소식인 만큼 긴장감 역시 증폭된다.
3일 대만 매체 비즈니스넥스트 등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2022년 12월 29일 양산을 시작한 3나노 공정의 수율은 최저 60% 이상 최고 80%에 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TSMC는 지난해 8월 중국 난징에서 개최된 '2022 세계반도체 대회'에서도 3나노 공정 수율이 80%에 안착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IT전문매체 GSM아레나는 2일 대만 매체 비즈니스넥스트 보도를 인용해 퀄컴이 스냅드래곤8 3세대 물량의 상당 부분을 TSMC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 위탁 생산 전량을 삼성전자에 맡겼지만,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스냅드래곤8 2세대의 생산지로는 TSMC를 선택했다. 3세대 제품은 삼성전자 공정에서도 생산될 예정이지만, TSMC가 맡은 물량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TSMC의 3나노 공정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만 언론과 TSMC 측의 주장만으로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서 비교열위에 있다고 확정적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대만언론은 지난해에도 삼성전자의 3나노 수율이 20%대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린적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TSMC의 수율이 예상보다 낮거나, 삼성전자의 수율이 예상보다 높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3나노 수율 전쟁에서 TSMC와 비슷한 수준으로만 싸워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TSMC의 3나노 공정이 기존의 핀펫(FinFET) 기반인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4면을 게이트가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기존의 ‘핀펫’(fin-fet) 기술보다 반도체의 전류 흐름을 더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GAA 1세대 공정이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을 45% 절감하면서 성능은 23% 높이고 면적은 16% 줄였다고 강조했다.
2022년 11월에는 반도체 수요 위축으로 고객사가 TSMC에 3나노 주문을 잇따라 취소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당시 반도체 업계와 대만 현지 매체 소식 등을 종합하면, TSMC는 주요 고객사로부터 2022년 3분기 말부터 예정했던 3나노 공정 제품 기존 주문량 중 40~50%를 줄이겠다는 요청을 받았다. 추격자 입장인 삼성전자로선 고객사를 새롭게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최근에는 TSMC가 3나노 기반 웨이퍼 단가를 올해부터 25% 인상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반도체 혹한기에 '치킨게임'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밝힌 삼성전자로선 TSMC와 파운드리 가격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진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고객사들은 아직까지 기존 핀펫 공정의 TSMC 3나노 칩에 더 신뢰를 보내는 분위기지만, 신기술이 적용된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이 시장 초기에 제대로 검증을 받는다면 역전의 기회는 열려있다"고 분석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