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위권 가상자산 거래소인 고팍스가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연장, 원화 거래소 지위 유지를 위한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최대주주 변경’이라는 고비를 한 번 더 넘어야 한다. 

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스트리미를 운영하는 고팍스와 전북은행은 지난 12일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재계약을 완료하고 금융위원회에 변경신고를 완료했다.

고팍스는 지난 2022년부터 2년째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양사는 지난 2022년 2월 처음으로 9개월 단위의 계약을 맺었으며, 이후 같은해 10월 재계약 등을 통해 2년간 계약을 더 연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실명계좌 재계약을 통해 고팍스는 사업 지속을 위한 주요 과제를 완료했다.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 갱신신고 기한은 오는 9월 13일. 한 달 가량 남겨둔 상태에서 원화거래소 지위를 유지한 것이다. 

허나 이번 재계약에는 최대주주 변경이라는 조건이 걸려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고팍스와 바이낸스 측에 현재 67%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에 자리에 있는 바이낸스의 지분율을 10%로 낮출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바이낸스측은 남은 50% 이상의 지분을 국내 기업 메가존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메가존은 지난달까지 고팍스에 대한 투자확약서(LOI)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수의향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협상이 마무리되지는 않은 상태다. 

전북은행은 그간 고팍스와의 관계 유지로 얻은 바가 크지 않다. 지난해 기준 고팍스가 전북은행에 제공한 수수료는 19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금융감독원은 전북은행에 대해 고팍스에 대한 위험평가 재실시를 주문하기도 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이례적으로 전북은행 모기업인 JB금융은 계열사인 JB우리캐피탈을 통해 고팍스 운영사인 스트리미의 지분을 취득, 가상자산 거래소의 주주 대열에 합류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재계약 역시 메가존 인수를 통한 고팍스의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것으로 보여진다. 

메가존은 기존 고팍스 대주주인 바이낸스와 매각가 낮추기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위해  투자한 금액은 약 1200억원이다. 메가존은 지난해 기준 3356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인수에는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금액 협상 외에도 메가존의 고민의 이면에는 고팍스와 관련된 여러 리스크가 있다. 고팍스의 재무상태와 실명계좌 유지에 관한 문제다. 고팍스가 현재 고파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약 700억원 가량, 총 부채는 1184억원에 달한다. 

인수 후 재무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커진다. 전북은행이 제시한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실명계좌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원화거래소 지위를 내려놓게 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고팍스 관계자는 “전북은행과의 실명계좌 재계약은 마무리한 상태로 오는 9월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신고는 문제없이 마무리할 것”이라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