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의 든든한 우군인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케이뱅크 상장을 앞두고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업비트가 위험해서가 아니다. 업비트 비중이 너무 큰 나머지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업비트의 부재를 케이뱅크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자조 섞인 진단이다.   

케이뱅크는 증권신고서에 “계약기간 만료 후 타 금융기관과 제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을 전제하며 우려사항을 기재했다. 업비트가 케이뱅크가 아닌, 다른 금융사를 택하면 케이뱅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10월이면 이들의 계약 기간이 종료된다. 업계에서도 양사 공생관계가 지속되지 못할 경우, 케이뱅크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거라 지적한다. 

케이뱅크 전경 / 케이뱅크
케이뱅크 전경 / 케이뱅크

26일 케이뱅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투자위험요소로 업비트(두나무)를 비중 있게 언급했다. 그 횟수만 무려 57회에 달한다. 

'사업 위험 부분'에서는 ‘매출처 편중 관련 위험’을 거론했다. 케이뱅크는 “핵심적인 전략적 파트너사(두나무)와의 제휴 연장에 실패할 경우, 당행의 플랫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으며 두나무 가상자산 예금의 일부 또는 전체가 인출돼 당행의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회사 위험 부분에서도 ‘가상자산시장 변동 관련 위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위험’ 등으로 업비트를 여러 번 언급했다. 이는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당행의 두나무 펌뱅킹(기업 간 자동거래) 수수료와 업비트 예수금은 가상자산시장의 변동에 따른 영향에 노출되어 있다”며 “특히,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선호도 감소 및 가상자산 시세 하락이 발생할 경우, 당행의 두나무 펌뱅킹 수수료가 감소하고 당행의 업비트 수신잔액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문제는 업비트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다.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의 업비트 고객 예금 비중은 전체 수신잔액의 16.9%(3조6816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펌뱅킹 수수료는 전체 수수료 수익의 36%(87억원)에 달한다. 케이뱅크는 해당 수수료에 관해 전날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5696억원)에서 업비트 의존도는 1.5%에 그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가상자산법 시행에 따른 리스크도 명시돼 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을 위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 1단계에 따라 케이뱅크가 두나무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급증한 탓이다. 3조8000억원대의 예치금(지난 8월 기준)에 업비트의 상향된 이용료율을 반영할 경우, 케이뱅크가 지불해야 하는 이자는 약 800억원 수준이 된다. 

증권신고서에는 “예치금 이자비용의 상승은 당행의 업비트 예치금 운용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당행의 2024년 상반기 업비트 예치금 운용손익과 2024년 하반기 업비트 예치금 운용손익에 중대한 차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적었다. 

설상가상으로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어 케이뱅크에는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예정이다. 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최근 금융위원회는 ‘1거래소 1은행’ 원칙을 완화하거나 은행 이용이나 법인 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 분위기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양사 간 제휴 연장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 체결된 양사 간 예치금 관리계약은 내년 10월에 종료된다.

그동안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계약 기간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으나 최소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맺었을 거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지난 2021년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제도가 도입된 후 한 번도 실명확인계정 재계약에 따른 변경 신고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양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례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업비트가 은행 변경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증권신고서에도 “두나무의 경우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25년 10월 이후 당행 외 타 금융기관과 추가로 제휴를 하거나 당행과 제휴를 종료하고 타 금융기관과 제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이 현재의 스테이킹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CBDC) 등 산업으로 확산함에 따라 차후 거래소와 제휴를 원하는 은행이 많아질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 선택권과 편의를 따졌을 때, 거래소들은 복수의 은행과 제휴해야 한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거래소 주 이용자인 젊은 층을 유입시키기 위해 제휴를 맺는 전략을 택할 것”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다음 달 10일부터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거쳐 같은 달 3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현재 케이뱅크의 시가총액은 3조9586억~5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