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나란히 포화 상태에 이른 통신 영역 개편에 매진한다. 각 이통사는 '탈통신' 핵심 키워드로 인공지능(AI)을 선택하며 불가피한 시대 흐름이라고 설명하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민들이 9월 6일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대리점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시민들이 9월 6일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대리점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SKT)과 KT, LG유플러스 등은 모두 올해 들어 통신 영역에서 힘을 빼고 있다.

통신 영역 개편 규모가 큰 회사는 KT다. KT는 각 광역본부 산하에 있던 망 유지보수·개통 업무 등 6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고객 개통 업무 등을 담당하는 4400명 인력은 'KT오에스피'(가칭)에 배치했다. 유지보수 업무 등을 담당하는 420명은 'KT피앤엠'(가칭)으로 전출할 예정이다. 고객상담 관리 인력 170명은 기존 계열사인 KT IS나 KT CS로 전환 배치하고 상권영업 등 업무를 맡고 있는 760명은 업무가 폐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해당 직군 중 회사 전출을 희망하지 않은 인력을 대상으로 특별희망퇴직을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번 인력구조 개편안 시행 취지로 '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AICT) 컴퍼니로의 성공적 전환' 및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경영 효율화 필요'를 들었다.

KT노동조합 측은 "조직개편에 반대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조만간 철야농성에 돌입할 뜻을 밝혔다. 소수노조인 KT새노조는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9월 사내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 가입 직원에게 지급하던 격려금 규모를 기존 5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크게 늘렸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SK그룹의 감원 바람에 발맞춰 SK텔레콤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SK텔레콤은 넥스트 커리어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근로 연령이 높아지고 있어 구성원들의 퇴직 이후 제2의 인생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구조조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이름 그대로 직원들의 인생 2막을 돕는 '복지 프로그램'으로 일반적인 인력 감축 차원의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과는 취지가 다르다"며 "애초에 근속년수 25년 이상, 만 50세~56세 직원만 쓸 수 있는 일종의 휴직제도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올해 2월 통신 관련 오프라인 영업직 조직 개편에 나섰다. 130여개 수준인 소매직영점을 최대 25%까지 줄이는 한편 소매직영점에서 일할 인원을 대형유통점 등에서 뽑아 투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인사 대상 직원들을 상대로 창업지원제도 시행 의지를 밝혔고 직원 100여명이 실제 참여했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영업관리 비중이 높은 대형유통점과 달리 소비자 대면 판매가 주 업무인 소매직영점으로의 이동은 사실상 구조조정이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이번 인사이동 대상자에는 사무직 전환, 영업직 잔류, 창업 등 카드를 제시했다"며 "사람을 내보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던 제도다"라고 해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