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 걸쳐 만 60세까지인 정년을 만 65세까지 연장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계는 환영하는 반면 해당 이슈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산업계는 아직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년 연장 건은 직원 감축 추세인 이동통신사의 향후 운영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9일 서울시 '2024 서울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민 87.8%가 정년 연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은퇴 시기는 65∼69세(40.5%)다. 또 한국갤럽이 3월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년을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79%, '정년을 60세로 유지해야 한다'는 16%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무르익자 정치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월 2일 정년연장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정년 연장 논의를 시작했다. 올 11월까지 정년 연장 관련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한다. 국민의힘도 큰 틀에서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한다.
국회 관계자는 "아직 TF가 발족한지 얼마 되지 않아 초읽기 단계다"며 "열심히 회의하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흐름과 맞물려 직원이 다소 줄어든 통신사들은 겉으로는 정년 연장 관련해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 정해지기 전에 저희가 먼저 준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구체적인 입장이나 대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통신사들의 직원 감소 추세와 국회의 정년 연장 움직임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인 만큼 통신사 입장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3사의 직원 수는 총 3만2991명으로 2023년(3만6140명)보다 8.7% 줄었다. 통신 영역 대신 AI 등 비통신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위해 기존 비대했던 조직의 슬림화를 꾀했다는 분석이다.
세부적으로 KT 직원은 지난해 10월 특별 희망퇴직자 2800여명 여파로 2023년 1만9737명명에서 2024년 1만6927명으로 14.2% 줄었다. 2023년 1만824명이던 LG유플러스의 직원도 2024년 1만571명으로 2.3% 감소했다. LG유플러스는 제1노동조합에서 정년 연장을 계속 주장한다. SK텔레콤 직원은 2023년 5579명에서 2024년 5493명으로 1.5% 감소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사내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 가입 직원에게 지급하던 격려금 규모를 기존 5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늘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다른 기업이 어떻게 정년 연장 움직임에 대응하는지를 먼저 볼 것이다"며 "계열사가 있는 회사들은 계열사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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