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은 콘텐츠 IP나 서비스의 팬일수도 있고 회사의 팬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팬’이 됩니다. 심지어 자신의 돈을 들여서라도 만족을 느끼는 이들이죠. 스튜디오X+U의 콘텐츠 비즈니스는 그런 팬들에게 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이자 즐길거리입니다.”
이상진 LG유플러스 스튜디오X+U 담당 상무는 IT조선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STUDIO X+U’는 LG유플러스가 2022년 출범시킨 콘텐츠 전문 스튜디오다. 스튜디오 X+U는 콘텐츠 기획·제작·연출·유통·제휴 등 콘텐츠 관련 사업 과정의 전반을 모두 담당한다. IT조선이 만난 이상진 상무는 스튜디오 X+U에서 IP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다.
스튜디오 X+U는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에서 특이한 위치다. 통신·방송 기술 및 서비스를 직접 연구·개발하는 역할이 아니라 자사 플랫폼에 즐길거리를 공급하면서 콘텐츠 사업도 추가로 진행하는 역할이다.
멀티소스 멀티유즈의 시대
콘텐츠 산업은 최근 수년 동안 ‘슈퍼 IP’ 찾기에 몰두해 있다. 잘 키운 슈퍼 IP 하나가 흥행하지 못한 수십개의 IP 이상의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하나의 슈퍼 IP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가 각광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예를 들어 특정 웹소설이 인기를 얻으면 그 웹소설은 웹툰으로 제작된다. 그 웹툰은 다시 영화 또는 드라마로 영상화된다. 인기가 계속되면 각종 굿즈(MD)로도 제작되고 굿즈를 전시하는 팝업 스토어도 열린다. 스토리가 좋다면 게임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나의 IP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OSMU 방식이다.
스튜디오 X+U는 현재 LG트윈스 다큐멘터리로 시작해 드라마 ‘노 웨이 아웃’, 예능 ‘맨인유럽’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금수저 전쟁’을 U+모바일tv를 통해 11월 4일부터 매주 월·화요일 공개하고 있다.
이상진 상무는 이런 OSMU가 이제는 멀티소스 멀티유즈가 되어야 한다고 봤다. 소스가 될 IP가 하나일 때는 성공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지만 다양한 IP를 다채롭게 활용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이미 흥행 IP가 확보된 상황이라면 OSMU를 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상진 상무는 “지금은 드라마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확장되기도 하고 아이돌 IP 하나가 예능, 게임, 웹툰 등으로 확장되는 시대다”라며 “하나의 흥행 IP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IP를 확장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진 상무가 스튜디오 X+U에서 IP 비즈니스를 담당하게 된 건 그가 CJ ENM, 하이브 등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콘텐츠 관련 사업을 해온 이라서다. LG유플러스는 앞서 2022년 임원 인사를 통해 외부에서 영입한 콘텐츠 사업 전문가라고 이상진 상무를 소개했다.
이상진 상무는 직접 콘텐츠를 기획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어떤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지, 어떤 콘텐츠에 코어팬덤(충성고객)이 많이 모여 IP를 확장할 수 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스튜디오 X+U의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이 종영했지만 작중 킬러 역할 ‘미스터 스마일’이 주인공인 스핀오프 웹소설·웹툰을 제작해 IP를 재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상무는 “통신사의 고객은 인터넷·모바일·유선 등의 통신상품과 가족결합 등으로 강력하게 묶여있어 아주 특별한 사안이 아니면 잘 이동하지 않는다”며 “IPTV를 켜도 지금은 영화관에서 상영된 콘텐츠, 방송에 나온 콘텐츠를 IPTV에서 서비스하다 고객을 분석하고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고객의 만족과 경험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G유플러스에서도 이제 콘텐츠와 통신 서비스, 신사업과 기존 사업이 맞물리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는 단계다”라며 “고객에 새로운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면 그 경험이 쌓여 충성고객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다들 이해하고 다양한 조직이 고민하면서 가능성을 창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U+X’가 아니라 ‘X+U’인 이유
스튜디오 X+U가 콘텐츠 사업을 통해 추구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콘텐츠를 통해 LG유플러스 고객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고객 만족을 높인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X+U가 다른 LG유플러스 서비스가 ‘U+’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X+U인 이유도 고객 경험과 관련 있다.
이상진 상무는 “유플러스의 유(U)는 고객이라는 의미로 LG유플러스의 여러 서비스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유플러스다”라며 “이 의도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어떤 콘텐츠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미지수 x의 의미와 고객 경험 확장(expand)의 x 같은 의미를 더해 콘텐츠를 통한 경험 플러스 고객이라는 뜻의 X+U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튜디오 X+U는 LG유플러스의 여러 플랫폼 고객이 원하는 팬덤향, 디지털향, 대작향 수요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고객의 수요에 맞는 콘텐츠가 화제성을 얻었을 때 그 힘으로 2차·3차 IP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스튜디오 X+U는 이 과정을 통해 팬덤 데이터를 수집한다. 우선 플랫폼의 신규 가입자 경로를 통해 팬덤의 행동을 분석한다. LG유플러스는 U+모바일tv를 비롯한 LG유플러스 플랫폼으로 서비스되는 콘텐츠가 공개됐을 때 기존 LG유플러스 고객인지 다른 통신사 고객이 가입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나 KT 가입자가 LG유플러스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가입하거나 별도의 비용 지출까지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 해당 콘텐츠 IP는 시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데이터는 LG유플러스의 여러 플랫폼의 성장에 기여하거나 외부 플랫폼과 협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원료가 된다.
이는 LG유플러스가 2021년부터 추진하는 ‘찐팬 만들기’의 일환으로도 분석된다. LG유플러스의 찐팬 만들기는 2021년 취임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가 신년 메시지로 강조한 내용이다. 코어팬덤을 의미하는 ‘찐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주위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스튜디오 X+U는 이런 찐팬을 적극적인 방식으로 형성하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데이터를 모으는 셈이다.
이상진 상무는 “스튜디오 X+U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라이즈(RIIZE)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예능 ‘보스 라이즈’를 공동 제작하고 유통하면서 LG유플러스의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byU+’에서 팝업 스토어를 같이 연 것처럼 여러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기업과 협력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며 “콘텐츠가 LG유플러스가 고객에 제공할 수 있는 혜택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