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오디오 기술시장은 현재 돌비의 ‘애트모스’ 기술이 장악하고 있다. 구글과 삼성이 이런 음향기술 생태계를 오픈 생태계로 바꾸기 위해 손을 잡았다. 구글과 삼성은 과거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애플 iOS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협력했다. 이번 구글과 삼성의 협력은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IAMF(Immersive Audio Model and Formats)라는 새로운 3D 오디오 기술 포맷으로 진행된다.
IT조선은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윈(Wynn) 호텔 미팅룸에서 이클립사 오디오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구글의 맷 프로스트(Matt Frost) 프로덕트 매지니먼트 디렉터, 야니 후오포넨(Jani Huoponen) 그룹 프로덕트 매니저, 로샨 발리가(Roshan Baliga) 그룹 프로덕트 매니저를 만나 IAMF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IAMF 기술은 삼성전자, 구글, 넷플릭스, 메타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속한 ‘오픈미디어 연합(AOM)’에서 최초로 채택한 오디오 기술 규격이다. ‘.JPG’와 ‘.PNG’가 서로 다른 이미지 파일 규격인 것처럼 돌비 애트모스와 IAMF는 같은 3D 음향을 구현하더라도 다른 기술 규격이다. 일반 스테레오 스피커에서는 들을 수 없지만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된 스피커처럼 IAMF를 지원하는 5.1채널 스피커 같은 시장이 생겨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구글은 삼성리서치와 함께 개발한 IAMF 기술 브랜드 ‘이클립사 오디오(Eclipsa Audio)’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25’에서 삼성전자를 통해 처음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부스 사전투어에서 업계 최초로 이클립사 오디오를 탑재한 TV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스파’의 뮤직비디오를 재생했다. 에스파의 뮤직비디오를 3D 음향으로 작업한 건 국내 기업 포자랩스다.
구글의 세 기술자는 현재 TV 사운드바나 영화관 같은 곳에 IAMF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구글 크롬 브라우저 같은 곳에서도 IAMF를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런 지원 영역 확대는 구글이나 삼성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IAMF는 오픈소스 기술이라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맷 프로스트 디렉터는 “IAMF는 오픈소스와 로열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하면 낮은 비용으로 장치를 개발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IAMF 사용은 저희(구글·삼성)의 허가나 라이선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로샨 발리가 매니저는 “유튜브는 이미 IAMF를 지원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IAMF를 처음 구현한 하드웨어 제조사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제조사가 IAMF를 적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야니 후오포넨 매니저는 “모든 콘텐츠는 유튜브를 통해 IAMF 포맷으로 변환돼 스트리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3차원 음향 기술의 최저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실세 삼성전자와 구글은 IAMF 오디오 인증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이클립사 오디오 기술이 적용된 기기 오디오 품질 보장 테스트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프로스트 디렉터는 “인증 프로그램은 제조사가 IAMF를 잘 이행해 특정 최소 품질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포자랩스 같은 오디오 믹싱 기술기업이 비즈니스를 확대할수록 IAMF도 확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후오포넨 매니저는 “IAMF는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 OS와 통합되어 가상현실(VR) 기기를 비롯한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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