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 대표 가전업체가 관세 부과 시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국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고율 관세를 부과해 어려움을 겪은 전례가 있어서다. 삼성전자, LG전자는 현지 생산 품목 확대, 공급망 다각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최대 60%, 멕시코와 캐나다엔 25%의 관세를 물릴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다수 국가에 일괄적으로 보편관세 부과 방침 의지를 내보였지만 협상을 통해 조정될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원하는 협상 조건을 제시하는 국가에 관세부과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가전업체는 특정품목에 세이프가드를 또 발동할지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세탁기 품목에 20~50%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사는 현지 생산체제 구축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지역에 세탁기 공장을 지어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리는 것으로 대처했다. 

이번 행정부에선 세탁기 제품에 한정된 관세가 아닌 냉장고, TV 등으로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이 나온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양사 모두 수출에 타격이 클 전망이다. 양사 모두 미국 현지에서는 세탁기, 건조기 관련 품목만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생산지 조정, 유후부지 사용 검토 등으로 현지 생산 확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수도 인근의 케레타로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티후아나에서 가전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티후아나 지역에서는 TV, 케레타로에선 냉장고, 세탁기 등을 각각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LG전자는 멕시코 내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오븐 등 가전), 라모스(자동차 전자장비)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양사는 당장은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에 사전 대응을 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공급망이 잘 되어 있고, 부품공급부터 제조까지 소비자에게 가는 루트가 잘 갖춰졌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고 혁신시킨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CES에서 "(트럼프 관세 부과에 대비해) 생산지 조정, 같은 모델을 여러 군데서 만들 수 있게 하는 스윙생산 등 여러 대응 방법을 준비했다"며 "우리만의 플레이북을 갖고, 여우 지혜 주머니를 열어보듯 당황하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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