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하면서 재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취임 전부터 고관세 시행을 예고해 수출 감소 등 경영 불확실성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기업인들은 취임식에 참석하거나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관계 개선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워싱턴DC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참석한다. 정 회장과 김 의장은 트럼프 일가와 친분이 있는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사업 확대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 쿠팡 모두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어 글로벌 경제·산업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형지 최준호 부회장 등이 트럼프 2기 취임식 초청장을 받았지만 아직 참석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강추위를 이유로 장소가 실내로 변경되면서 입장하지 못할 가능성도 고려해 플랜비 일정을 짜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SK, LG, 현대차 등 4대 그룹 총수는 취임식에 불참한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해외 대관 조직을 통해 트럼프 정부 핵심 관계자들과 회동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이들 기업은 트럼프 취임 이후 관세 추진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들 기업들은 현지화, 수출 다변화 등 플랜비를 가동해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2기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투자 계획을 진행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모든 수입품에 10~20% 수준의 보편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중국산 제품엔 60%의 관세가 적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을 중국에 두고 있어 실제 관세 부과시 더 고율의 관세를 내야해 미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배터리 사업도 트럼프 리스크 영향권에 있다. 트럼프 2기는 전기차 보조금 등 친환경 정책 혜택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은 미국에 주요 고객사를 두고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을 추진중이다. 이에 이들 기업은 사업 다변화, 미국 현지 대관 조직 강화 등을 통해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선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장재훈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식 전 만찬에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사상 처음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14억5000만원)를 기부하면서 이를 계기로 정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개 면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 침체와 중국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미국 성장세를 이어가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기부 등을 통해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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