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폭과 속도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만큼 올해 가계대출 규모를 조절해달라고 주문했다.

銀, 금리 인하 속도 더뎌… 가계대출 목표치 어길 시 조치 '불가피'

2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월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뉴스1

22일 김병환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기준금리가 내려오면 기본적으로 대출금리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대출의 경우에 기준금리가 떨어지는 시차가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라며 "작년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는 반영돼야 할 시기"라고 했다.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하와 관련해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이 가계부채 관리 애로사항으로 꼽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득이 낮은 이들이나 무주택자에 저금리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존중해야 한다"며 "다만 전체적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데 있어 정책 대출이 상당부분 차지했던 만큼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같이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나"고 밝혔다. 올해 정부는 50조원 규모의 정책대출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은행 자체 재원의 정책대출에 들어가면 은행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은행 자체 재원이 과도하게 지급될 경우 건전성에 영향을 줄 요인이라는 것은 사실" 이라면서도 "전체 경제 건전성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보면 플러스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은행이 전체적으로 대출을 지급함에 따라 여러가지 혜택을 보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며 "은행이 손실을 보고 있으면 왜 기금 대출 신청할 때 들어오겠냐"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어긴 은행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거시건전성을 관리해야하는 감독당국의 입장에서는 정해진 규율을 지키지 못했을 때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것은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김 위원장은 "가계대출 계획을 초과한 은행이 있다면 그 다음해에 증가율을 감안하도록 협의할 것"이라며 "현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기 때문에 향후 몇년간은 해당 기조를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기존 100%에서 90%로 낮추는 등 규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전세대출 보증 100%를 한다고 하면 대출해주는 은행은 전혀 심사를 안 한다는 얘기"라며 "기본적으로 100%는 비정상적인 조치였고 가계대출이 늘어날 때,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전세대출을 늘리면서 다시 매매 가격을 올리는 기조로 작용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보험사 편입 신청 절차대로 심사… MG손보 선택지 없어"  

우리금융그룹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신청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금융그룹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앞두고 불거진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건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 아래로 나오면 인수가 불투명해진다. 다만, 금융위가 조건부 인가 결정을 내리면 경영실태평가등급이 낮더라도 인수가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이 신청서를 제출했음으로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심사 기한 등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예단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노조 반대로 매각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 건에 대해서는 "선택지가 별로 남아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노조가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며 문제에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예금보험공사와 메리츠화재는 지난 9일 MG손보 본사에서 실사에 착수했으나, 노조 반대로 제대로 된 실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융당국은 청산까지 고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당장 예보와 노조간 대화가 지속되고 있는만큼 당국차원에서의 개입보다는 상황을 추가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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