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은행권이 대출 빗장을 조금씩 푸는 모양새다. 유주택자들의 제한을 풀어주고 금리도 내려 실수요자 부담을 낮춰준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권 대출 금리를 두고 “내릴 여력이 있다”고 압박한 만큼, 상황이 더 개선될거란 기대도 나온다.
2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1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유주택자 수도권 소재 구입자금 목적의 신규 대출을 허용키로 했다. 조건을 충족하면 금리를 낮춰주는 감면 금리 최대 한도도 1.1%로 0.1%포인트(p) 올렸다.
이보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비대면 채널에서 신용대출 판매를 재개했고, 신규 대출 한도 증대시 최대 한도를 연 소득 범위 내에서만 취급 하던 제한도 없앴다. 우리금리 항목은 신규 및 연장 대출 모두 최대 1.2%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신규 대출은 우대금리가 적용되지 않았고 연장에만 최대 0.7%가 적용됐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전세대출과 관련해 기존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부로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유주택자의 경우 조건부 취급도 하지 않았다. 주담대 생활안전자금대출 한도 역시 해제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대면 주담대 타행대환을 다시 취급한다. 수도권 소재 2주택 이상 생활안정자금 제한을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완화했다. 대면으로는 모기지보험(MCI, MCG)도 적용한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시행 중이다. 작년 말엔 판매를 중지했던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4종 판매도 재개했다.
다만 국민은행은 유주택자 가계대출 완화와 관련해 추가적인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대출금리 찔금 내린 은행권… 추가 인하 여력 본다는 금융위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높여뒀던 금리도 눈높이가 낮아지는 추세다. 신한은행이 먼저 가산 금리를 내렸고 이어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조정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가계대출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05~0.30%포인트(p) 낮췄다. 주택구매·생활안정 자금용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물 한정)의 가산금리를 각각 0.1%포인트, 0.05%포인트 인하했다. 전세자금대출(금융채 2년물 한정) 가산금리도 주택금융공사 보증 건에 대해 0.2%포인트, 서울보증보험 보증 건에 대해 0.3%포인트 각각 내렸다.
기업은행도 같은 달 대출 가산금리를 0.2~0.3%포인트 인하했다. 상품별로는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0.3%포인트 내리고 전세대출 상품은 0.2%포인트 내렸다.
하나은행은 이달 3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의 부수 거래 감면 항목 및 대출한도를 변경했다. 하나원큐아파트론과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의 부수거래 최대 감면금리를 0.6%로 결정했다. 세부적으로 급여이체 0.3%, 카드결제 최대 0.2%, 청약저축 또는 적립십이체 0.1% 등이다. 하나원큐아파트론과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으로 변경했다. 기존 은행 대면 창구를 통한 주담대의 한도는 변동 없이 유지 중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12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주기형 0.6%포인트, 대면‧비대면 전세대출 금리를 0.2~0.5%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내려 가는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금리인상 효과를 낸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는데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3.08%로 집계됐다. 고정형 금리 산정의 근거가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세계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올 초 대비 소폭 올라 20일 기준 3.015%로 집계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3.926%)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이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금리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새해 들어 대출 여력이 생기면서 문턱이 낮아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대출 총량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빗장을 완전히 걷어낸 것은 아니다”라며 “대출 금리를 내릴 경우 대출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시장 상황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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