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요 IT 기업이 각기 다른 암호화폐 투자 성과를 기록했다. 일찌감치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게임사는 가상자산 가치 상승효과를 누린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자의 방식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조정하고 있다. 

게임사별 가상자산 보유현황(비트코인, 이더리움 자산가치 합계). / IT조선 DB
게임사별 가상자산 보유현황(비트코인, 이더리움 자산가치 합계). / IT조선 DB

게임사, 가상자산 투자로 수익 확대

4일 각 기업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 5개곳(넥슨, 위메이드, 네오위즈, 넷마블, 카카오게임즈)의 가상자산 보유 가치는 2024년 말 기준 약 2907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 약 1680억원(136.9%)이 증가했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 폭과 비슷하다. 업비트 기준으로 2024년 1월 1일 비트코인은 5883만9000원에서 2024년 말 1억3925만7000원으로 136.7% 상승했다. 이더리움의 경우 같은 기간 313만6000원에서 497만8000원으로 58.7% 증가했다.

실제 넥슨은 2021년에 매입한 1717개의 비트코인을 2024년도까지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넥슨은 약 1억달러(약 1130억원)를 투자했다. 평균 매입 단가는 5만8226달러(약 6580만원)다. 해당 비트코인은 2024년 말 시세 기준으로 약 2391억원의 자산가치를 기록했다. 

위메이드는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비트코인 223개, 이더리움 307개를 보유하고 있다. 또 자체 발행한 위믹스(WEMIX$) 686만여개를 비롯해 USDT 539만여개, USDC 356만여개 등 다양한 가상자산을 보유했다. 2024년 말 시세 기준으로 위메이드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자산가치 합계는 약 325억9000만원이다.

네오위즈는 비트코인 94개, 이더리움 547개를 보유했다. 2024년 말 시세 기준으로 비트코인 자산가치는 약 130억9000만원, 이더리움 자산가치는 약 27억2000만원으로 총 158억1000만원 규모다. 이 외에도 네오위즈는 USDC 158만7296개, 카이아(KAIA) 5만4226개 등을 보유했다. 네오위즈는 또 보유하고 있던 위믹스 15만4874개를 모두 처분해 3억4629만원의 수익을 냈다.

넷마블은 지난해 비트코인 8.08개, 이더리움 147.49개를 취득해 총 비트코인 8.29개, 이더리움 147.49개를 보유했다. 2024년 말 시세 기준으로 비트코인 자산가치는 약 11억5000만원, 이더리움 자산가치는 약 7억3000만원으로 총 18억8000만원 규모다. 넷마블은 지난해 카이아(KAIA) 1억5542만개를 512억원에 매각해 342억원의 처분이익을 올렸다.

위믹스에 베팅한 네이버 vs 보라 지키는 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는 블록체인 사업에서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네이버는 위메이드의 위믹스 코인 86만6700개를 보유하고 있으나, 취득 원가 33억2650만원에 비해 지난해 말 시장가치는 9억9792만원으로 70%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사업 계열사는 가상자산 보유 및 수익 인식 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카카오는 클레이튼(Klaytn)의 토큰 '클레이(KLAY)'(현재 명칭 '카이아') 발행자 지위를 내려놓았다. 2019년 총 100억개의 클레이를 발행했으나, 2023년 사내 미유통 유보 물량을 전량 소각 또는 외부 지급했고, 2023년 말 기준으로 회사 보유분은 0개로 클레이의 공식 발행자 지위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여전히 가상자산을 다량 보유했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 카카오게임즈는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메타보라를 통해 보라(BORA) 2억6500만개, 카이아 3590만개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보라 유보 및 보유 물량은 전체 발행량의 20%에 달한다. 또한 카카오게임즈는 2024년 말 기준 비트코인 9개, 이더리움 11개를 보유하고 있다. 2024년 말 시세 기준으로 비트코인 자산가치는 약 12억5000만원, 이더리움 자산가치는 약 5000만원으로 총 약 13억원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상장기업·전문투자사 3500곳을 대상으로 가상자산을 매매할 수 있도록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간 국내에서는 법인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투자하는 게 불가능해 블록체인 사업이나 해외 자회사를 통해 투자해야만 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하반기부터는 자유롭게 투자하고 가상자산을 원화로 교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업들의 수익 변동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