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5월 15일 자회사 넥스페이스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 ‘메이플스토리N’을 출시한다. 해당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아이템 등 게임 재화를 이용자가 직접 소유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대체불가능토큰(NFT)과 가상자산 기능도 포함된다.

이 같은 구조는 위메이드의 ‘미르M’, ‘미르4’와 유사하다. 다만 한국에서는 현행 게임산업법상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서비스가 금지돼 있어 위메이드처럼 가상자산 기능을 제거한 별도 버전이 제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이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쌀먹(수익을 목적으로 한 플레이어)’ 유저는 일반 온라인게임에서도 존재하지만 결국 게임 자체의 흥미가 전제되어야만 유저 수요와 재화 가치가 유지된다.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시리즈로 유명한 미야모토 시게루 대표이사 펠로우는 “게임은 재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개발비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그의 신념은 올해 ‘올해의 게임(GOTY)’ 후보로 꼽히는 턴제 RPG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에서도 확인된다. 이 게임은 프랑스 인디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임직원 30명 규모로 개발했다.

그렇다면 넥슨은 왜 메이플스토리N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출시할까. 넥슨은 지난해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간 매출 4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업계 2위다. 올해 초 출시한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마비노기 모바일’도 초기 성과가 긍정적이다. 본업이 탄탄한 상황에서 ‘굳이 블록체인 게임인가’라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블록체인 게임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업계 대표 기업 위메이드는 최근 자체 가상자산 ‘위믹스’가 국내 주요 거래소(DAXA)에서 거래지원 종료(사실상 상장폐지)를 통보받았다. 이는 비정상 출금 문제로 인한 두 번째 상장폐지 사례다.

블록체인 게임이 ‘누구나 돈 버는 게임’이라는 기대를 심어줄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거래 차단 등 변수로 인해 이용자가 수익을 기대하며 접근했다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게임보다 코인의 유통 구조가 핵심”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위믹스는 위메이드에게도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게임 시장 진출 이후 지난해 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실적 개선의 주력은 게임 라이선스 수익이었다. 위믹스 상장폐지 소식 이후 위메이드 주가는 하루 만에 17.4% 하락했다.

다만 넥슨의 경우 위메이드처럼 블록체인 사업에 회사 전반을 걸고 있는 구조는 아니다. 메이플스토리N 역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술 실험이자 신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게임에 ‘블록체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가 기술 혁신보다는 수익 구조에 있다는 인식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게임은 무엇보다 ‘재미’로 승부해야 한다. 시장이 기술보다 콘텐츠를 먼저 본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은 본업의 경쟁력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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