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가 '매출에 맞게 법인세 1540억원을 더 납부하라'는 우리나라 과세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매출 상당수를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싱가포르 법인에 귀속하는 방법으로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로펌을 내세워 과세당국 처분까지 피한 것이다.
7일 IT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구글코리아가 서울 역삼세무서장·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징수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과세당국이 구글코리아에 징수한 법인세 1540억원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전은 올해 3월부터 항소심으로 무대를 옮겨 진행 중이다.
쟁점이 된 부분은 구글코리아가 구글아시아퍼시픽(싱가포르 법인)으로부터 광고 재판매계약을 맺고 2016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올린 매출 약 1조5100억원 분이다.
구글코리아는 경비 등을 제외하고 약 9750억원을 재판매수수료 명목으로 싱가포르 법인에 송금했다. 회사 측은 해당 소득이 싱가포르 법인의 사업소득에 해당해 국내 과세대상이 아니라 판단하고 별도로 원천징수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8년 12월 구글코리아 세무조사 후 해당 소득은 국내 과세 대상인 사용료소득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후 2020년 1월 과세당국은 구글코리아에 약 1540억원의 법인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했다.
구글코리아는 국내 과세 대상이 아닌 싱가포르 법인의 사업소득이라며 2023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과세당국과 2년 가까이 법정 공방을 벌였다.
법원은 "사용료소득이나 다른 소득으로 볼만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구글코리아 손을 들어줬다.
앞서 구글코리아는 2023년에도 매출 3653억원을 올렸다며 법인세 155억원을 납부했는데 이는 업계가 추정한 2023년 구글코리아 법인세 약 6229억원보다 6000억원 넘게 적다.
구글의 법인세 회피 문제는 매번 국회가 지적하는 사안이나 현재로서는 구글을 제어할 만한 방어책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최수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국민의힘)이 "구글 본사가 서비스별 매출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는 반면 구글코리아는 매출의 세부 항목을 공개하지 않아 국내 영업 실적에 대한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지난해 10월 이인선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소속 의원(국민의힘)이 해외 빅테크 기업의 매출 등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국내 세금을 회피한다면 외국처럼 세금에 준하는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구글이 국내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해외에 사업장을 둔 회사에 한국 매출 등을 공시하라고 하면 국제회계기준에도 맞지 않고 통상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며 "외부감사법이 아니라 과세당국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구글코리아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공식 입장이 없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해당 내용은 항소심 진행 중인 사안으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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