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 등 외국계 기업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상대로 23건에 이르는 과징금·시정명령 불복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판결이 확정된 8건을 합해 최근 5년간 총 31건의 소송이 진행되거나 완료됐다.
15일 이정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천안병)실이 공정위·개인정보위로부터 제출받은 '외국기업의 2020년부터 2025년 3월까지 공정위·개인정보위 행정소송 제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 총 25건, 개인정보위 총 6건의 소송이 진행하거나 진행 중이다. 총 31건 중 1건을 제외하면 모두 과징금·과태료·시정명령 불복과 관련 있는 소송이다.
공정위 관련 소송 7건, 개인정보위 관련 소송 1건은 이미 결론이 났다. 공정위는 5건 승소, 1건 일부승소, 1건 패소 결과를 냈고 개인정보위는 1건 승소했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독일 바이오업체 퀴아젠의 한국법인인 '퀴아젠코리아', 프랑스 은행 '크레디 아그리콜 코퍼레이트 앤 인베스트먼트뱅크', 미국·이탈리아·프랑스 3국 합작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의 한국법인 '스텔란티스코리아'(합병된 피아트크라이슬러 포함),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쿠퍼스탠다드의 한국 자회사 '쿠퍼스탠다드 오토모티브앤인더스트리얼', 독일 완성차 제조사 'BMW AG'에 승소했고 프랑스 엔지니어링 회사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에 일부승소했다. 반면 미국 음향기술 전문 업체인 '돌비'에 유일하게 패했다.
개인정보위는 2021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 플랫폼스 아일랜드 리미티드'에 1~3심 모두 이겼다.
외국계 기업들이 과징금 경감을 위해 한국 정부 부처의 처분 불복 소송을 제기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정부 부처의 처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불복 소송을 통해 법원에 해당 처분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매년 구글·메타 등 글로벌 거대 기업의 법인세 등 국내 세금 회피 문제가 이슈가 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대형 로펌을 방패막 삼아 과징금마저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구글만 해도 한 해 벌어들이는 금액이 국내 기업과 비교가 안 된다"며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이 대형 로펌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공정위 행정소송 대응 예산은 38억원, 개인정보위는 4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국회를 중심으로 공정위와 개인정보위 차원에서 과징금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위반이 인정될 경우 거래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전체 매출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정문 의원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규제 불복으로 인한 악의적 처벌 회피가 반복되고 있다"며 "부처는 소송 수행 예산을 확보해 소송 대응력을 강화하고 더불어 매출액 기준 과징금 상한액 조정 등 솜방망이 처벌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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