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가량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주문 오류 현상을 초래했던 메리츠증권이 전산 투자에 인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전산 운용·관리에 쓰인 비용은 업계 20위로 주요 증권사 중 가장 적었고 반면 전산 장애 민원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대신 배우 유인나를 기용, 증권사에서는 흔치 않은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쓰는 등 광고선전비를 1년 새 두 배나 확대, 회사 경쟁력 확보보다는 고객 마케팅에 몰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전산운용비는 130억원으로 전년(126억원) 대비 3.5% 늘어나는데 그쳤다. 규모로 보면 증권사 전체 60곳 중 20위였고 주요 증권사 10곳(미래에셋·한투·NH·삼성·KB·메리츠·하나·신한·키움·대신) 중에서는 가장 적았다. 증가 폭도 주요 증권사 평균(13.9%)을 10%포인트 이상 밑돌았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6위치곤 초라한 성적이다.
메리츠증권의 전산운용비는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이다. 2009년 108억원을 투입한 이후, 매년 82억~130억원 수준의 전산운용비를 집행하고 있다. 15년 전 대비 증가 폭은 20.4%다. 같은 기간 전산운용비를 293.3%(평균 161억→664억원) 늘린 나머지 주요 증권사들과 상반된 행보다.
전산운용비는 증권사가 MTS·HTS 등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비용, 인건비, 보안·백업 비용,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비용 등 여러 항목을 내포한다. 전산운용비를 충분히 투자하지 않으면 서버 용량이 부족하거나 트래픽 급증 시 장애 발생 가능성이 커져 MTS 주문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로 평가된다.
전산 장애 민원도 적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집계한 올 1분기 증권사 전체 전산 장애 민원 건수는 45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약 30% 차지하는 규모다. 활동계좌 10만좌당으로 환산한 전산 장애 민원도 1.38건으로 업계 1위였다.
전산 시스템에 대한 저조한 관심은 전산 장애 사고도 이어졌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두 차례 전자금융사고를 초래했다. 6일 오후 10시 30분부터 11시 32분까지 자사 HTS·MTS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해 1시간가량 미국 주식 매도·매수 주문 체결이 지연됐다. 발생 시점이 뉴욕 증시 개장 직후라서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었고 일부 투자자는 주문 지연으로 인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2월에는 미국 MGO글로벌(MGOL)과 헤이드마 마리타임 홀딩스(HMR)의 합병 비율을 잘못 적용해 MGOL 주주들에게 HMR 주식을 1주가 아닌 30주씩 지급하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금감원은 메리츠증권 전산 장애와 관련해 중대사고 분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현황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규정상 10분 이상 증권사 전산 업무가 지연됐을 경우 전자금융사고로 분류한다. 7일 금감원은 지난달 2거래일 연속 주문처리 지연 전산 장애를 일으킨 키움증권에 대해 수시검사에 들어갔다. 사안이 같은 만큼 메리츠증권도 금감원 검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전자금융사고 보고를 받아 사고 원인 등 내용을 파악하고 있고 수시검사 여부에 대해선 한다 안 한다 말할 수 없다”며 “일반적으로 위규 사항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검사를 하는 거고 위규 사항이 있으면 제재를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리테일 강화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측면도 있다. 전산 운용에 소홀한 채 고객마케팅에 몰두하며 전산 장애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Super365’ 계좌를 통해 국내외 주식 및 환전 수수료를 완전 무료화하는 정책을 도입해 고객 유치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 64억원이었던 광고선전비를 121억원으로 89.4% 늘렸는데 이는 주요 증권사 중 증가율이 가장 높고 전산운용비(130억원)와 맞먹는 규모다. 이 같은 전략으로 투자자 유치에 성공했으나 전산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전산 장애를 유발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작년 11월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하면서 리테일 규모가 늘어나긴 했으나 (그전까지는) 리테일 규모가 작아 전산 비용도 것으로 올해는 그보다 늘어났을 것”이라면서 “광고선전비에는 리테일 광고뿐 아니라 여러 가지 마케팅 비용이 포함돼 있어 전산운용비와 광고선전비를 연결 짓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 메리츠증권, 전날 밤 1시간가량 美주식 주문 먹통
- 메리츠증권, 아톤과 양자내성암호 인증 MOU
- 대형 증권사 평균 기부금 '35억'… 1조 번 메리츠증권은 '300만원'
- ‘홈플 사태’ 유탄 맞은 메리츠證, 부실여신 늘어 건전성 '노란불'
- NXT 개장 덕봤나… 실적·정책 훈풍에 고공행진 증권株
- 메리츠증권, 1분기 순익 1874억원 전년比 48% 증가
- 메리츠금융, 1Q 순익 6208억… 보험은 줄고·증권은 늘어
- 5년간 금융 전산장애 1700건… 피해금액만 300억
- 해킹사고 난리인데… 증권업계, 전산운용비 아껴 광고비 대폭 늘려
- 내부통제 '구멍' BC카드, 내부직원 16억 부당대출 사고
- 증선위, 합병정보 이용 시세차익 메리츠 전 사장 등 임원 검찰 고발
- 신세경 효과 본 메리츠證… 미녀모델 기용에 증권가 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