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히트 IP로 상장한 하이브·크래프톤·펄어비스의 탈원히트 전략이 엇갈린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 이후에도 다수 아티스트를 육성하며 플랫폼 기반 수익화를 실현한 반면 크래프톤과 펄어비스는 후속작 부재로 실적과 주가가 불안한 상태다. 상장 당시부터 지적된 ‘IP 편중 리스크’에 하이브는 전략적으로 대응했지만 두 게임사는 여전히 구조 전환에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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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플랫폼·IP 다변화로 구조 탈피

하이브는 BTS 이후 세븐틴, 뉴진스, 르세라핌 등 아티스트 IP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콘텐츠 수익을 확장했다. 공연, 굿즈, 멤버십, 광고 등 수익원을 플랫폼 안에서 통합하며 ‘BTS 의존도’ 우려를 구조적으로 해소했다.

실적과 주가 흐름도 안정적이다. 2023년 하이브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8% 줄었지만 매출은 2조2556억원으로 3.7% 증가했다. 같은 해 5월 16일 기준 주가는 공모가(13만5000원)의 두 배를 넘는 27만4000원을 기록 중이다. BTS 군백기에도 다른 IP로 빈자리를 채웠고, 완전체 복귀를 앞두고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크래프톤, 실적 호조에도 ‘IP 편중’ 발목

크래프톤은 상장 이후에도 ‘배틀그라운드’ 의존이 심화되면서 후속 IP 부재에 따른 성장성 한계에 직면했다. 2023년에는 매출 2조7098억원, 영업이익 1조1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1.7%, 54% 증가했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49만5000원)를 밑도는 38만2500원에 머물고 있다.

크래프톤은 그간 ‘엘리온’,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신작에 수백억원을 투입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최근 기대작인 ‘인조이(inZOI)’는 앞서 해보기 상태로 정식 출시 일정도 미정이다. 앞서 해보기 유저는 정식 출시 후 추가 수익 기여가 적어 매출 확대 기대치도 제한적이다.

펄어비스 ‘붉은사막’ 지연…기대감만 남아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이후 ‘붉은사막’과 ‘도깨비’ 등 신규 콘솔 IP를 예고했다. 하지만 장기 지연으로 시장 신뢰가 약화된 상태다. 특히 붉은사막은 당초 2022년 출시 예정이었으나, 2025년 4분기로 미뤄진 상태다. 도깨비는 예고편 공개 이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 실적은 매출 3424억원, 영업손실 123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주가는 액면분할 기준 공모가(2만600원)보다 높은 3만7600원(5월 16일 기준)이지만 이는 신작 기대감이 반영된 수준으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플랫폼 없이 IP에 기대는 게임사

세 기업은 모두 단일 IP 기반으로 상장했지만, 하이브는 이를 플랫폼 기반 구조로 확장했다. 반면 게임사는 ‘IP 하나로 버티는’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실적과 기업가치 간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여전히 수익을 내지만 크래프톤의 주가는 반응하지 않는다. 검은사막은 매출 하향 안정화 구간에 접어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브는 콘텐츠-플랫폼-커머스를 엮는 구조를 통해 브랜드 자산을 확장한 반면, 크래프톤과 펄어비스는 후속 IP의 실패 또는 부재로 단일 IP 수명에 기대고 있다”며 “IP 수명은 유한한 만큼 ‘탈원히트’ 구조 마련이 핵심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