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스티븐 위트 지음 | 백우진 옮김 | RHK | 496쪽 | 2만8000원

“평범한 CEO는 고객의 말을 들으려 노력하겠지만 컴퓨팅 분야에서는 그게 큰 실수예요. 고객들은 뭐가 가능한지조차 몰라요. 무엇이 실현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하죠. (중략) 젠슨은 처음부터 체계적인 수준의 엔지니어였어요. 그는 무엇이 가능한지 내다볼 수 있었죠.”

스마트폰 시대는 스티븐 잡스가 열었고, 전기차 시대는 일론 머스크가 열었다면 오늘의 인공지능(AI) 시대와 향후 우리가 마주할 놀라온 세상은 바로 젠슨 황이 만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거 고사양 그래픽카드 제조사로 인식되던 엔비디아는 이제 인공지능의 심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이 있다. 

젠슨 황과 엔비디아의 공식 자서전이자, AI 기술 진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가 나왔다. 이 책은 ‘뉴요커’ 기자인 스티븐 위트가 젠슨 황의 요청으로 3년간 밀착 취재하며 집필한 결과물로, 300여 명의 엔비디아 핵심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젠슨 황의 경영 철학, 리더십, 기술적 통찰까지 폭넓게 조망한다.

책은 젠슨 황이 그래픽카드 제조사에 불과하던 엔비디아를 어떻게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는 신경망 기술이 미래를 바꿀 것이라 판단하자, “우리는 더 이상 그래픽 회사가 아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전사적으로 딥러닝 중심 전략을 펼쳤다. 병렬 컴퓨팅이라는 미개척 분야에 고집스럽게 투자해 시장에서 살아남았고, 결과적으로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핵심 칩셋을 장악하며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반열에 올랐다.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긴 33년간의 CEO 재임 기간을 지닌 젠슨 황이 외부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어간 과정이다. 고정관념을 깨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AI 플랫폼으로 확장한 쿠다(CUDA)의 도입, 신제품을 6개월마다 출시할 수 있는 에뮬레이터 기반의 개발 체계, 탈중앙화 반도체 흐름 속에서도 유연한 파운드리 전략을 펼친 점 등이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단순한 기업 성공 스토리를 넘어서,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 기술을 중심으로 어떻게 돌파구를 만들고 미래 패러다임을 선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라면 젠슨 황의 결단과 실행, 조직 운영 방식, 기술 철학에서 전략적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AI를 ‘인류의 도전’이 아닌 ‘생각하는 기계’로 바라보는 젠슨 황의 시선은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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