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통화 주권 침해 우려와 법적 책임 소재, 발행 주체와의 역할 분담 등 쟁점이 산재한 상황이다.
정치권 "통화 주권 보호와 국부 유출 방지"
1일 가상자산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통화주권 수호와 디지털 경제 주도권 확보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는 테더(USDT)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시장에 깊숙이 침투하기 전에, ‘한국형 디지털화폐’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며 제도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2단계를 발의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달러 자산의 침투를 막고 원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과 생태계를 충실히 구축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경쟁할 수 있다"며 발행 장려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김문수 후보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당 차원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가상자산 시장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밝힌 바 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도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스테이블코인이 불법 송금 등 악용될 우려를 제기하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구체 전략 없이 논의가 먼저 흘러가면 시장에 혼란만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 "통화정책 훼손 우려"...금융당국도 "법적·제도적 틀부터 마련해야"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원칙적 반대는 하지 않지만, 발행 주체와 방식에 있어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민간이 발행한 통화 대체 수단이 가져올 리스크 역시 아직은 예측 불가능한 만큼 안전한 길을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지만,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화폐는 가격 변동 없이 언제든 교환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사고가 나면 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한꺼번에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시류에 따라 수용을 막을 수는 없지만,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먼저 발행·운영 요건과 규율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규제 관련 논의는 대선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국채를 담은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해 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며 “해외 스테이블코인 입법 동향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하반기 중 가상자산사업자, 거래, 인프라 등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가산자산 2단계 입법을 마련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조율하고 협의할지 하는 부분은 6월 이후에 전체적인 틀 논의 과정에서 정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신뢰 확보와 법적 기준 명확화 필요"
관련업계와 학계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이우성 삼성카드 상무는 "명확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사업자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며, 지급결제 시장에서의 실질적 가이드라인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제도화 추진에 앞서 규율 기준과 감독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의 가교 구실을 하도록 법정화폐와의 연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급 결제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관계를 고려해 체계적인 규율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자본통제 없는 상황에서 미리 제도화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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