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수단이 아닌 금융 혁신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막심 아파나시예프(Maxim Afanasyev) 구글클라우드 아태 금융부문 총괄
막심 아파나시예프(Maxim Afanasyev) 구글클라우드 아태 금융부문 총괄

한국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망분리 규제를 완화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을 허용하면서 주요 금융기관들이 클라우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스탠스도 이전보다는 전향적이라는 진단이다. 보수적인 분위기가 여전하긴 하지만, ‘규제 안에서의 혁신’이라는 방향성이 자리잡는 모습니다. 금융 시스템 전반에 혁신 기술 도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구글클라우드가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서 발빠르게 금융산업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기반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은행과의 협업 경험을 통해 축적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막심 아파나시예프 구글클라우드 아태 금융부문 총괄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와 기술 수용도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AI와 클라우드를 어떻게 ‘가치 중심’으로 활용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나시예프 총괄은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디지털금융포럼 2025'의 기조연설자로 '금융의 디지털전환과 클라우드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다음은 아파나시예프 총괄과의 일문일답.

― 한국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에서도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에 속한다. 기술 친화적인 소비자 기반과 견고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미국이나 유럽 주요 금융시장보다 더 빠르고 깊이 있는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 생성형 AI가 요즘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에서도 클라우드와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생성형AI와 클라우드가 금융 서비스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나?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포인트를 짚자면 세 가지 정도 말해볼 수 있겠다. 

첫째는 초개인화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 조언과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둘째는 반복 업무의 자동화다. 비용을 절감하고 직원들이 우선순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은 실시간 리스크 탐지 역량 강화다. 실시간으로 복잡한 패턴을 식별해 사기 탐지 및 신용 위험평가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 한국은 이제 막 망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이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목적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IT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보안과 투자수익률(ROI)을 고려한 ‘가치를 위한 클라우드’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미국에서도 은행들이 IT인프라 비용 절감에만 집중하다가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낳기도 했다. 

처음에는 피싱 사기 방지 분야나 브랜드 보호 차원의 솔루션으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민감한 데이터를 옮기지 않고, 데이터 손실 방지(DLP)와 같은 도구를 활용해 문서 위조 식별과 같은 사례로 확장하는 것이다. 바로 적용 가능한 보안 솔루션부터 시작해 내부 신뢰를 쌓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난 2018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서밋'  / 뉴스1
지난 2018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서밋'  / 뉴스1

― 국내 금융권의 경우, 보수적인 조직 문화로 새 기술 도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클라우드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어떤 조직 문화나 전략이 필요한가? 

"전통적인 IT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빠른 실험과 반복적 개선을 수용하는 민첩한 문화가 필요하다. 클라우드와 AI 도입을 하나의 여정으로 본다면,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모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민감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규제와 유연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 될 수 있다."

― 많은 기업이 AI와 클라우드를 도입했지만, 실질적인 활용은 어렵다고 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기술 도입이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전략화할 수 있는 파트너와 협력해야 한다. 생태계와 실행 경험을 갖춘 조직과 함께해야만 도입에서 활용으로 넘어갈 수 있다."

― 전사적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글로벌 금융사 사례가 있다면?

"여러사례가 있다. 이탈리아의 제네랄리(Generali), 영국의 프루덴셜(Prudential plc)은 구글 클라우드로 보험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CME그룹과 독일 증권거래소인 도이치 뵈르제는 우리와의 파트너십으로 자본시장 산업을 재창조 했다. 

결제 분야에서는 페이팔, 글로벌 페이먼츠(Global Payments) 등을 들 수 있겠다. 은행 분야에서는 HSBC, ANZ은행, DBS, 맥쿼리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기술 조직과 비즈니스 조직이 전략적으로 협력해 디지털 전환을 전사 차원에서 추진했다는 점이다."

― 앞으로 금융 산업에서 클라우드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클라우드는 이제 단순히 비용 절감 수준을 넘어 금융 혁신의 핵심 기반이 된다.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전략은 복원력을 높이고, AI와 머신러닝은 초개인화, 실시간 사기 탐지,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기능을 지원하게 된다. 핵심 뱅킹 시스템 역시 클라우드로 이전되며 제품 출시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다양한 솔루션들이 앞으로 금융기관의 보편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국 금융권에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올바른 클라우드 파트너를 선택하고 AI를 먼저 도입하는 금융사가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고객 경험, 운영 효율, 규제 대응 모두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 막심 아파나시예프(Maxim Afanasyev)

구글클라우드 글로벌 전략산업팀 소속으로 아시아태평양 금융산업을 총괄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생성형 AI, 금융 클라우드 솔루션을 기반으로 금융기관 맞춤형 전환 전략을 지원한다. 과거 스탠다드차타드은행 AI 총괄 상무, DataRobot 아태지역 AI 전략 책임자, 맥킨지 유럽 금융부문 AI 컨설턴트 등을 거쳤으며, 영국 RBS에서는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활동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운영·정보·기술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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