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정책과 기술 혁신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는 지난해 11월 토스인사이트 대표로 취임했다. 최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는 지난해 11월 토스인사이트 대표로 취임했다. 최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와의 인터뷰는 간단한 고해성사로 시작됐다. 금융당국의 고위 정책결정자로 오랜시간을 보낸 손 대표는 “위치를 바꿔 보니 규제가 많아보인다”며 “공직에 있을 때보다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눈 깜박할 사이 진화하는 AI 기술 앞에 금융 생태계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규제는 오래된 틀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만든 규제들이 혁신의 발목을 잡고, 때로는 금융 발전을 더디게 하는 천덕꾸러기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간극 속에서 누군가는 속도 차를 조율하고 균형을 잡아야 할 때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가 바로 그 역할을 자처하며 ‘브릿지 빌더(bridge builder)’로 나섰다.

공직에서 31년, 그리고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서의 3년. 총 34년 동안 공공 부문에 몸담았던 손 대표는 이제 민간 싱크탱크인 토스인사이트의 대표로서, 정책과 제도를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볼 계획이다. 단순히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 산업 전체를 위한 ‘정책 실험실’을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규제와 혁신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싶다’는 손 대표는 내달 17일 열리는 IT조선의 ‘2025 디지털금융포럼’에서 ‘새로운 금융 플랫폼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다음은 손병두 대표와의 일문일답.

ㅡ정부는 물론 금융업계에서도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핀테크 산업의 핵심 트렌드는 무엇이라 보나?

“사용자(금융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AI와 빅데이터 등의 기술 발전으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사용자 중심의 금융이 트렌드가 됐다. 과거에는 금융기관이 일방적으로 상품을 내놓았다면, 앞으로는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 서비스가 제공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사용자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가 재설계 될 것이란 뜻이다. 고객의 디지털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최적의 타이밍에 필요한 걸 제안해주는 방식이다.”

ㅡ핀테크 산업, 특히 플랫폼 기업들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플랫폼간 승부를 가를 핵심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으로는 금융과 비금융이 합쳐질 것으로 본다. 비금융 회사들도 금융 영역으로 들어오는 시대가 됐다. 신한금융도 ‘땡겨요’ 같은 배달 플랫폼을 시작한 것처럼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미래의 승자는 누가 될까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자주 찾고 오래 머무는 플랫폼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종합 금융플랫폼, 생활 금융플랫폼 등이 금융플랫폼의 미래라고 본다.

ㅡ금융 플랫폼이 주목해야 할 분야나 기술이 있다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

“디지털 자산이나 블록체인 분야다. 지금 정부 당국에서도 지급결제 시스템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디지털 자산으로 볼 건지, 지급결제 수단의 하나로 인정할 건지 방향을 잡고 있는 중이다.

스테이블코인 같은 결제형 디지털 자산은 비즈니스 모델 안에 잘 녹여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결제나 송금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투자 상품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능 관점에서 접근하면, 비즈니스 차원의 리소스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

ㅡ그렇다면 한국 시장에서 핀테크 산업의 기회 요인과 위협 요인은 무엇인가.

“한국은 디지털 수용성이 매우 높은 국가다. 모바일 인프라와 사용자 반응 속도 측면에서 테스트베드로서의 강점이 크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등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 된 부분도 있다. 외국에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점 등은 엄청난 기회 요인이다.

다만 복잡하고 중복되는 규제로 인한 외부 데이터 활용의 제약, 수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은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전통 금융권이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어 핀테크 기업들의 차별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ㅡ기회 요인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금융정책이나 제도 측면에서 어떤 개선이 이뤄져야 할까.

“정책 당국자들이 만드는 규제는 단순하지 않다. 하나의 측면뿐 아니라 다양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생각해서 규제를 설계한다. 때문에 규제 체계의 틀을 완전히 100% 바꾸는 것은 힘든 일인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샌드박스 적용이 훨씬 유연하게 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샌드박스 기간 이후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을지 등 불확실성이 높은 부분이 있다. 여기에 수동적인 규제가 아니라 낡은 규제를 미리 파악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게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업권 중심의 규제에서 기능 중심의 규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들은 비슷한 규제를 하는 방식이다. 지급결제업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는 여신전문금융법이라고해서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다른(업권에서)지급결제업을 하게 되면 또 다른 규제 만들어야 한다.”

ㅡ혁신을 위해 제도를 개선했지만, 오히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장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맞다. 핀테크, 혁신기업들도 규제를 받아들이는 마인드가 준비돼야 한다. 규제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고가 난 뒤에 수습 하려면 혁신 자체를 도전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규제를 이해하고 길을 잘 닦은 다음 달려나가야 한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혁신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ㅡ공직에만 몸담고 있다가 지난해 11월 토스인사이트 대표로 토스에 합류했다. 개인적으로도 큰 변화일텐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지난 34년간 공직과 공직 유관 기관에서 일했다. 공직에 있을 당시 주로 제도 운영과 정책 결정을 담당했는데,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해 보는 경험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실제로 토스 등 핀테크들이 처음 출범할 당시 금융위원회 담당 국장이었다. 토스는 기존 금융권의 틀을 깨고 금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업으로 공직자 시절부터 그 성장을 지켜봐 왔고, 현장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다고 판단했다. 기존의 제도와 혁신이 충돌하는 부분에서 솔루션 제공 등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다.”

ㅡ어떤 부분에서 가장 자신 있는지 궁금하다. 

“규제당국과 혁신 기업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다. 규제 당국은 혁신을 불안정 요소로 보며, 혁신 주체는 규제를 걸림돌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금융 안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혁신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양측을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조화와 접점을 찾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ㅡ손 대표의 철학이 토스인사이트에 고스란히 담길 것 같다. 이런 부분을 포함해 기존 금융연구소와 차별점이 있다면.

“기존 금융연구소들이 전통 금융에 집중해왔다면, 토스인사이트는 혁신 금융에 좀 더 특화돼있다고 할 수 있다. 규제와 혁신이 충돌되는 지점에서 조화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솔루션을 내놓는데 차별점이 있다. 규모가 작은 만큼 외부 기관과의 협업을 활발히 하고, 연구소 역시 플랫폼처럼 다양한 주제를 함께 다루는 구조로 운영하고자 한다.”

ㅡ토스인사이트의 중장기 전략과 대표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듣고 싶다.

“금융 정책과 기술 혁신 사이에 다리를 놓는 ‘브리지 빌더’가 되겠다 하는 것이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가 단지 아이디어로 끝나는게 아니고 지속 가능한 제도와 사회적 신뢰 속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가 이루고 싶은 목표다. 토스 인사이트가 존재하는 이유라고도 생각한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는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정책과 기술 혁신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는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정책과 기술 혁신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 같은 대학교 행정대학원서 정책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1992년 경제기획원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등으로 재직했다. 이어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거치며 금융 민영화, 핀테크 정책,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업구조조정 업무 등을 주도했다. 2014년엔 금융서비스국장으로 재직하며 핀테크 생태계를 구축하고 금융규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수행했다. 2019년 5월부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을 역임했으며 2020년 12월 제7대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해 2024년 2월까지 재직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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