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신용등급 평가에 적신호가 켜졌다. 조달비용 절감 등 비용 효율화를 위해선 신용등급 개선이 절실하지만, 본업 수익성과 연체율은 악화일로다. 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하는 시각마저 제기되며 카드업권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2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현대·KB국민·하나·우리카드)의 총자산이익률(ROA)은 1.2%다. 2021년 평균 1.82%를 유지하던 ROA는 4년 만에 0.62%포인트 떨어졌다. 전년 동기 1.4%에 비해서도 0.2%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ROA는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특정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나타내 카드사 수익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카드사 등급 변동요인으로 보는 항목이기도 하다.
카드사 ROA 감소 배경에는 2012년 도입된 적격비용 제도가 영향을 끼쳤다. 적격비용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 수수료 등 카드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를 말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3년마다 재산정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책정한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5년 최저 1.5%로 시작한 뒤 지속 하락해 현재 0.4%까지 내려간 상태다.
반면, 카드사 이자비용은 지속 오름세다. 올해 1분기 전업카드사 7곳의 이자비용 합계는 1조129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634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 신용판매 수익은 지속 악화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적격 비용 제도 도입 전인 2012년 2.01%였던 카드사 ROA는 2017년부터 1%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가맹점수수료율이 인하된 가운데 경기둔화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차주 부실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가능성이 있어 수익성 하향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주요 카드사 중에선 신한카드의 위기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신한카드 ROA는 1.2%로 전년 동기 1.8%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카드는 2.5%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신한카드는 2007년 LG카드 인수 이후 줄곧 카드업계 1위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카드에 순익 부문 1위 자리를 내준 후 주요 경영지표에서 계속 밀리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6.27% 줄어든 1369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카드 1844억원에 뒤처졌다. 양사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지난 1분기 주요 경영지표 대부분에서 삼성카드가 신한카드보다 나았다. 레버리지배율의 경우, 신한카드는 5.7배, 삼성카드 3.5배다. 배율이 낮을수록 타인 자본 의존도가 낮아 손실 완충력이 높다고 평가한다.
같은 기간 자본완충력배율은 신한카드 5.6배인데 반해 삼성카드가 8.5배로 높았으며, 연체채권비율은 신한카드 1.8배, 삼성카드 1.1배로 건전성 지표에서도 삼성카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도 내부적으로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당장 신용등급 제고를 통해 조달비용 절감이 어려운 만큼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비용 감축에 나서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오는 16일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에서 단위조직 일부를 통폐합하는 '대부제(大部制)'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4그룹 20본부 81팀 체제에서 관리자를 대폭 줄이고 실무 인력을 늘려 조직 비대화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대부제가 도입될 경우 81개 팀을 맡고 있는 팀장 자리가 대폭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팀장직을 맡고 있는 부장, 부부장 가운데 보직해임 발령자들은 다시 팀원 소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신한카드 안팎에서는 20~30%가량 자리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반년 만에 또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에는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의 강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한편, 신한카드 노조는 10일 일방적인 조직개편에 반발해 집회에 나섰다. 조직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노사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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