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고객 경험 개선과 금융사기 대응 등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디지털 기술, 특히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술이 금융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막심 아파나시예프 구글클라우드 아태 금융부문 대표가 17일 열린 IT조선 '2025 디지털금융포럼'에서 '경제·금융환경변화와 정책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IT조선 

막심 아파나시예프 구글클라우드 아태 금융부문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FKI플라자에서 열린 IT조선 ‘2025 디지털금융포럼’ 기조연설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디지털 리더들은 단순히 많은 인프라를 보유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활용하기 때문에 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심 대표는 “과거에는 클라우드가 단지 인프라 비용을 줄이는 수단으로만 인식됐지만, 오늘날의 클라우드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설계하고 고객 경험을 혁신하며, 금융사기를 예방하는 '비즈니스 해결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cloud for value(가치를 위한 클라우드)’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막심 대표는 AI 활용의 확산 배경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생성형 AI 도입을 어려워하지만, 구글클라우드를 통해 이미 다수의 금융기관이 실제 서비스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이는 기술 그 자체보다, 보안·책임성·지식재산 보호 등 ‘가드레일’ 구축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설에서는 실제 금융기관의 적용 사례도 소개됐다. 구글이 제3자 기관을 통해 실시한 글로벌 금융기관 대상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관 중 80% 이상이 생성형 AI를 도입했으며, 이 가운데 78%는 6개월 이내에 서비스에 적용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는 생성형 AI(GEN AI)를 구글 클라우드 기반으로 도입해 2024년 한 해 동안 7억5000만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많은 금융기관이 AI를 고객지원 자동화나 내부 효율성에만 활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역이 마케팅 정밀화와 고객 이해도 개선”이라며 “이러한 적용은 단기간에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금융사기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 적용 사례도 소개됐다. 막심 대표는 “피싱 사기 피해가 발생하면, 과거에는 가짜 웹사이트를 폐쇄하는 데 수 주가 걸렸지만, 현재는 은행이 구글클라우드에 해당 URL을 실시간으로 통보하면, 전 세계 98% 이상의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단말기에 즉시 접근 차단 명령을 전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MUG은행처럼 구글과 협력하는 기관은 자사 웹사이트와 앱의 정보 구조를 사전에 공유하고 있으며, 구글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위조 사이트를 탐지해 실시간으로 해당 은행에 통보하고, 위조로 판명된 경우 브라우저에서 즉시 차단한다”며 “이 과정은 보통 첫 피해자 이후 추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완료돼, 사기의 경제적 유인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막심 대표는 끝으로 “이제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기술을 얼마나 많이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고객 중심으로 설계하고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클라우드는 단지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고객 이해도와 보안 대응력, 조직 민첩성을 높이는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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