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트남산 제품의 세율을 46%에서 20%로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베트남에 생산 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가전업체는 관세 부담을 한시름 벗어나게 됐다. 

3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 뉴스1
3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 뉴스1

2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트남과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물품에 20% 관세를, 환적 물품에는 4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4월 책정됐던 46%의 상호 관세율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번 베트남과의 무역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지역 국가와 처음으로 성사시킨 것이다. 7월 9일로 예정됐던 고율 관세 부과를 앞두고 이뤄진 막판 극적 타결이다. 특히 베트남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에 전면적인 시장 접근권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제품은 베트남 시장에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다.

베트남 현지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당초 예고됐던 46%의 고율 관세를 피하게 되면서 제품 가격 인상 등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성, 타이응우옌성에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의 절반가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향 스마트폰 역시 대부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또한 베트남 하이퐁 등지에서 냉장고 등 가전을 생산해 일부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고자 5월 베트남 하이퐁 공장의 냉장고 생산 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등 스윙생산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만 제3국을 경유해 베트남을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수출품에 40%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항이 변수로 남았다. '원산지 세탁'을 노리는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것이지만,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경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잠재적인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업계는 이번 베트남과의 합의를 계기로 인근 동남아 국가들에도 관세 부과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하며, 향후 미국 무역 정책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