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시장을 떠나 한국 주식시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매월 수조원씩 사들였던 미국 주식을 두 달 연속 ‘팔자’로 마무리한 반면, 한국 주식은 지난달 중순부터 ‘사자’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국내 증시 대기 자금도 연중 최대치를 찍었다. 증시 부양책, 달러화 약세 등에 따라 서학개미의 ‘국장’(국내 주식시장) 복귀 양상은 계속 나타날 전망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2억3184만달러(약 3100억원) 순매도했다. 5월 13억1084만달러(약 1조7800억원) 순매도에 이어 두 달 연속 ‘팔자’ 행진이다.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연달아 순매도한 것은 작년 9월과 10월(두 달간 12억4813만달러 순매도)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는 연초와도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국내 투자자들은 ▲1월 40억7840만달러 ▲2월 29억7547만달러 ▲3월 40억7239만달러 ▲4월 37억536만달러 등 대규모 순매수를 올리며 미국 주식 사모으기에 적극적이었다.
종목별로 보면 6월 한 달간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제지수를 3배 추종하는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SHS ETF’의 순매도액이 10억2442만달러로 가장 컸다. 반도체 대표주인 엔비디아가 5억2839만달러 순매도로 뒤를 이었다. 그다음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 ETF 2억8376만달러 순매도, 테슬라 2억4757만달러 순매도, 엔비디아 주가를 2배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0X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 2억4120만달러 순매도 순이었다.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순매도에 나선 것은 미국 증시 부진과 달러 약세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주가지수인 S&P500과 나스닥은 올 상반기 각각 5.5% 상승하는 데 그쳤는데 같은 기간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8.3% 하락(원화강세)했다. 환차손을 고려하면 주가 수익률이 –3% 였던 셈이다. 코스피 상승률이 28% 가량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주식 투자 매력도가 현저히 낮았다.
이렇다 보니 국내 주식시장으로 복귀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1일 70조4133억원으로 연중 최대치를 찍었다. 투자자예탁금이 70조원 이상을 기록한 건 2022년 1월 28일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1주 전 예탁금이 증가하면 해당 주에 개인 순매수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리테일 잠재 매수 모멘텀”이라고 분석하면서 “예탁금이 1조원 증가하면 보통 2000억원 정도의 개인 순매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3일부터 30일까지 12영업일 동안 3조1385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도 6월 6조905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5월 3조8027억원, 4월 3조7122억원보다 약 두 배 불어난 규모였다.
주식시장이 호황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추가 증시 부양책과 달러 약세 및 원화 강세 등에 따라 국내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부장은 “미국 주식은 쉬고 한국 주식이 워낙 뜨겁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국 증시로 향하는 것 같다”며 “한국 증시는 7·8월 조금 쉬어갈 수 있겠지만 3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다시 한번 추세적인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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