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서 금(金)이야말로 최고의 안전자산이죠. 금으로 배당까지 받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만한 재테크가 어디 있습니까.” 

김정현(사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본부장은 3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신한자산운용 제공
김정현(사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본부장은 3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신한자산운용 제공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본부장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관세·지정학적 리스크 이슈,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 등 변동성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면서 "이러한 분위기에서 금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금(金)은 자타가 인정하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시장이 불안하면 오히려 강세를 나타내는 게 금이다. 이에 리스크 분산 수단으로도 자주 활용됐다. 하지만 많이 올랐다는 게 부담이다. 글로벌 금 시세는 최근 1년새 40% 넘게 올랐다. 그러다 보니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신한자산운용은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금의 특성을 보완해 지난 3월 ‘SOL 골드커버드콜액티브’ ETF를 내놓았다. 금 가격의 90% 이상을 추종하고 커버드콜 전략(자산 보유 콜옵션 매도로 고정수익 확보)을 통해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주식은 배당금을, 채권은 약정 이자를 주는 것과 달리 금의 경우, 보유 기간 따로 얻는 수익이 전혀 없다. 가격이 오를 때 발생하는 시세 차익이 유일한 수익원이다. 현금흐름을 원하는 투자자에겐 다소 매력이 떨어지는 자산이다. 이를 보완해 월배당 상품으로 만들었다. 신한자산운용은 13개의 월배당 ETF를 갖추고 있다.

김정현 본부장은 "현금흐름 확보를 추구하는 투자 트렌드를 반영했다"며 "금 외에도 조선·화장품 등 다양한 ETF 포트폴리오도 보유해 투자자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했다.

신한자산운용이 밀고 있는 월배당 금 ETF 외에 그가 픽한 차세대 투자 유망 산업인 조선·화장품의 전망은 어떨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올해 ‘SOL 골드커버드콜액티브’, ‘SOL 국제금’ 등, 금 ETF를 2개나 상장했다. 이유는? 

“ETF 시장 후발 주자로서 차별화한 상품 라인업을 구축해야 했다. 필수 대체자산인 금ETF 상장을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또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직접 구성하고 운용해 나가는 데 있어 안전자산 기능을 하는 금은 꼭 필요한 자산군이라고 생각했다.”

ㅡ 금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그래도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본 것인가?

“물론이다. 포트폴리오 대체자산으로서의 필요성에, 금 가격에 대한 긍정적인 흐름도 기대됐다.”

ㅡ 이유가 궁금하다.

“글로벌 환경은 어느 해나 불확실성이 있다. 특히 올해는 관세 전쟁이 진행되고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미국 국채 등 금리 변동성 우려도 크다.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장의 불확실한 흐름 속에서도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금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 판단했다.”

ㅡ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나?

“온스당 얼마라고 전망하긴 힘들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더 강화할 것으로 본다. 현재 시장은 ‘리스크 온’ 상태다. 금은 포트폴리오에서 인플레이션 헷지(위험회피) 역할을 한다. 최근 제한된 범위에서 상승·하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지난 2~3년간 보여준 우상향 그래프를 당분간 더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

ㅡ 많은 금 종류 중 '국제 금'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는?

“국내에도 ‘KRX 금 현물’이라는 수단이 있지만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때 국제표준이 되는 런던 금 시장의 가격을 따라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금의 역할은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는 것인데 국내 금 가격은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리스크 아닌 리스크가 존재한다.”

ㅡ ‘SOL 골드커버드콜액티브’도 월 배당상품으로 알고 있다. 굳이 배당을 넣은 이유는 뭔가? 

“2022년 6월 업계 최초로 월배당 ETF를 출시했다. 3년 동안 13개 상품을 내놓았다. 배당 상품을 강화하는 건 이것이 새로운 투자 트렌드라고 생각해서다. 과거 투자자들은 어떤 자산에 투자하면 얼마나 오를지 자산가치 상승에만 초점을 맞췄다. 최근엔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라는 니즈도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보니까 안정적인 수입을 원하는 투자자, 은퇴를 준비하는 투자자, 20~30년 앞서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젊은 세대 등이 월배당 ETF를 찾는 것 같다.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강화할 수밖에 없는 투자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ㅡ 월배당 금 ETF 수익률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

“금 가격을 국제 금 가격의 90% 이상 추종하는 동시에 매년 연 4%(배당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낸다. 안전자산 기능뿐 아니라 인컴자산으로 기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게 SOL 골드커버드콜액티브다.” 

ㅡ 고위험 고수익에 익숙한 투자자라면 다소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겠다.

“생소하게 느낄 수 있지만 연 4% 수준의 월배당 자산군은 그리 많지 않다. 슈드(SCHD) ETF 등 미국 배당 ETF도 연 4%가 넘지 않는다. 높은 배당 수익률을 주면서 기존자산 금의 가격을 90% 추종하므로 앞으로 시장에서 더 공감받을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ㅡ 배당은 보통 연말이나, 자주한다 해도 분기에 한 번 정도가 기본이다. 굳이 매달 배당을 지급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22년 초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배당일이 다른 종목을 조합해 투자하는 걸 봤다. 국내에 있는 S&P500 ETF(지수 추종)는 대부분 분기 배당 상품인데 어떤 상품은 1·4·7·10월, 어떤 상품은 2·5·8·11월, 또 어떤 건 3·6·9·12월로 배당 기준일 다르다. 똑같은 상품 3개로 나눠 투자했다는 건 매달 배당금을 받겠다는 의도였다. 연간 받는 총액은 똑같지만 투자자들이 매월 현금흐름을 확보하길 원한다는 판단이 섰다.”

김정현(사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본부장은 3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신한자산운용 제공
김정현(사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본부장은 3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신한자산운용 제공

ㅡ 화장품, 양자컴퓨터, 원자력 등 다양한 테마의 ETF를 잇달아 출시했다. 다른 종류의 상품을, 각각 다른 시기에 출시한 이유가 뭔가?

“SOL ETF를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투자자들의 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ETF를 출시하게 됐다.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이 거둘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내는 전략 또는 자산, 섹터, 테마를 찾고자 노력했다. 그런 관점에서 1월 화장품을, 3월 양자컴퓨팅을, 5월 미국 원자력을 출시하게 됐다.”

ㅡ ETF를 설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내러티브가 있는 상품에 주목했다. 투자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5~10년 산업의 성장 스토리가 존재하고 그 스토리가 실적으로 이어졌거나 증명할 가능성이 큰 자산군, 지역군, 산업군, 테마를 찾아서 상품을 설계하고자 노력했다.”

ㅡ 어떤 네러티브가 있다는 것인가?

“2023년 당시 조선업은 10년 넘게 적자였다. 2008년 피크(고점)를 찍고 2023년까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도 많이 사라졌다. 남은 이들 중 3~4명을 직접 찾아가서 만났다. 그들과 스터디하면서 수십 년간의 적자로 전 세계 조선업체들이 대부분 망했고 살아남는 회사는 몇 군데 없지만 살아남은 기업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산업이 구조조정 당한 지 20년이 다 되다 보니까 노후화된 선박에 대한 교체 수요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LNG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에 대한 주문이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도 있었다. 이 두 가지만 놓고 봐도 2024년 흑자가 얼마일지는 모르나 적자는 면할 것으로 봤다. 미·중 무역 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플러스였다. 군함 등 선박에 대한 미국의 수요 확대로 한국이 수혜를 입을 수 있어서다.” 

ㅡ 조선ETF 실적은 어떠한가? 

“성장 스토리가 결국 실현됐다. 2023년 말 또는 2024년 초를 기점으로 한 기업씩 흑자로 전환했다. 2024년 우리나라 빅5로 불리는 조선사 모두 흑자 전환했다. 올해 흑자 폭을 확대하고 있고 내년, 내후년엔 더 확대될 전망이다.

2023년 10월 SOL 조선TOP3플러스가 처음 상장했을 때 100억원짜리 ETF였다. 순자산 100억~200억원에 머물렀던 ETF는 2024년을 거치면서 현재 1조원이 넘었다. 숫자로 증명되니까 ‘네러티브가 맞다’고 공감하며 선택하고 있다.”

ㅡ 화장품도 한동안 어렵기는 마찬가지 아니었나.

“화장품도 2008~2010년 피크를 찍고 15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중국의 한한령이 닥치면서 일부 기업은 망하다시피 했다. 이랬던 화장품 산업이 2024년 하반기부터 턴어라운드를 시작하며 숫자로 증명하기 시작했다. 2024년 말 미국으로 수입되는 화장품 국가 1위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바뀌었을 정도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화장품 회사뿐 아니라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ODM(주문자개발생산) 업체들, 실리콘투 등 글로벌 유통을 책임지는 기업들도 실적으로 성장세를 보여주며 한국 화장품 산업이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ㅡ 조선, 화장품의 성공 신화는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까?

“물론이다.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 얘기를 많이 하는데 하반기엔 조·방·원에 화장품까지 붙여 조·방·원·화가 국내 시장을 이끌어 나갈 산업군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실적이 뒷받침된다. 시장은 기대감에 상승하기도 하지만 상승 흐름을 이어가려면 실적이 따라와야 한다.” 

ㅡ 앞으로 계획은 뭔가.

“투자자들이 ‘SOL ETF’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리밸런싱해 나가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상품을 계속해서 제공할 계획이다. 자산군으로 보면 국내 주식, 해외 주식 모두 필요하다. 커버드콜 등 전략, 자산 배분 상품, 혼합형 라인업도 고민하고 계속 넓힐 생각이다. 또 AI를 통한 세상의 변화를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고 모니터링 과정에서 성장 스토리가 확보되고 실제 숫자로 연결될 수 있는 분야를 계속 찾아내 상품화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본부장은

2004년 푸르덴셜증권에 입사해 PB로서 금융업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8년 삼성자산운용으로 옮겨 ETF컨설팅팀 팀장으로서 ETF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2021년 3월 신한자산운용의 ETF사업본부장으로 합류해 ETF 본부의 설립과 함께 4년째 ETF 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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