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산만큼 적기에 무기를 빠르게 납품할 수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평화의 시대가 끝나고 전쟁의 시대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 더 큰 기회가 있을 겁니다.”

금정섭(사진)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2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한화자산운용 제공
금정섭(사진)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2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한화자산운용 제공

방위산업(방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대표 방산주(株)는 올해 상반기 최대 4배까지 뛰면서 역대 최고가를 잇달아 경신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방산 ETF가 수익률 수위권을 싹쓸이하며 주도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방산은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인 반도체를 이을 ‘넥스트 반도체’”라면서 “수주 잔고와 부가적으로 일어나는 매출을 고려하면 구조적 성장주로 봐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금 본부장이 방산주에 주목하는 것은 복잡한 국제 정세상 수요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장기화하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중 패권 분쟁, 여기에 중동전쟁에서 보듯, 이념·종교 대립까지 얽혀 전세계 곳곳이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국방비 증액에 들어갔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10년내 GDP의 5% 수준으로 국방 예산을 늘리기로 한데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국가들은 최첨단 무기를 수입하며 재무장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한 방산 ETF는 총 7개다. 그중에서 으뜸은 PLUS(플러스)를 브랜드로 내세운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이다. 방산 ETF 중 유일하게 순자산 1조원을 넘기며 ‘메가 ETF’로 우뚝 섰다. 성과도 좋다. 연초 이후 주가가 135.5%(4일 기준) 오르며 올해 ETF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방산 선두주자인 한화자산운용은 연초 ‘PLUS 글로벌방산’을 출시하며 유럽‧미국 방산기업까지 망라했다. 그러면서도 양자컴퓨팅, 휴머노이드 등 ETF를 내놓으며 최근 트렌드 외면하지 않았다. 방산 ETF 전망 및 자사 ETF 전략이 어떠한지 금 본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한화운용의 ‘PLUS K방산’ 올해 수익률이 136%로 ETF 전체 1위다. 비결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 주식시장의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있지만 성장 섹터(성장이 예상되는 산업군)가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산업은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주도 섹터들이 나와야 하는데 한국의 성장 엔진이 예전같이 않다는 인식이 높다. 

10년 동안 한국 시장을 주도했던 반도체 섹터는 미국과 대만에 큰 도전을 받고 있고 자동차 및 2차전지 섹터도 고전 중이다. 멀티플(PER 등 성장 기대 수치)을 높게 줄 수 있는 섹터는 잘 보이지 않았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게 방산이다. 방산의 높은 경쟁력은 성장에 목말라하는 시장을 열광하게 했고 그래서 단기간에 크게 오를 수 있었다.” 

ㅡ 국내 방산 산업과 방산주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

“PLUS K방산의 순자산이 700억~800억원일 때부터 방산을 ‘넥스트 반도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인 반도체는 1년에 100조원 정도 수출을 하는데 (K-방산 주요 기업의) 올해 수주 잔고는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넥스트 반도체라고 보기 충분하다.” 

ㅡ 수출 규모만 크다고 반도체를 넘어선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물론이다. 수출 금액만 볼게 아니다. 방산은 거기에 MRO(유지·보수·운영)가 붙는다. 수입차를 판매하면 유지‧보수 관련 AS(사후서비스) 매출이 부가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같다. 중동, 유럽에 이어 내년엔 미국까지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수주 잔고가 쌓이면 매출의 30%는 MRO로 잡힐 것이다. 그러면 구조적 성장주로 보기에 손색이 없다.”

ㅡ 그렇다 해도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엔비디아도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그 흐름이 유지되고 있지 않은가. PLUS K방산은 1만원에 상장했는데 2만, 3만, 4만, 5만원 돌파할 때마다 고점 논란이 있었다. 그때마다 수주 발표와 실적을 통해 고점 논란을 돌파했다.”

“1분기 실적을 보면 방산 기업 상위 5곳의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뛰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보면 매출액이 2278%, 영업이익이 3060% 올랐다. 주가가 비싸지 않냐는 얘기가 나오지만 실적을 발표하면 멀티플(기업 평가비율)은 줄어든다. 이게 무한 반복이다.” 

ㅡ 그런데 방산주의 국내 영업이익률은 높지 않다.

“방산주 국내 부문은 국방부로부터 수주 물량이 정해져 있어 영업이익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 부문은 다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모두 해외 부문 영업이익률이 35%가 넘는다. 영업이익률이 30%가 넘는 섹터는 지금 (국내 주식시장에) 거의 없다. 유럽 방산 기업 대비로도 PER과 PBR은 낮은 편이다. 실적이 이어진다면 고평가 논란은 무의미하다.”

ㅡ PLUS K방산이 타 운용사의 방산 ETF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비결은 무엇인가?

“시가총액 상위 방산 기업 중에서 퓨어 플레이(한 가지 분야에 집중)가 가능한 순수 방산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 실제 노출도(방산 부문)가 높고 대형주 위주로 구성했던 게 주효했던 거 같다.” 

ㅡ 방산 ETF 홍보에도 열심이었다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PLUS K방산은 내가 한화자산운용에 합류하기 전 이미 상장돼 있었다. 순자산이 1000억원이 안 되는 ETF였다. 시장에서 원 오브 테마(One of Theme) 정도로 판단했지만 그렇게만 평가 받는 게 너무 아까웠다.

PLUS K방산을 키우기 위해 방송에 나가 방산 ETF의 강점을 알렸고 개인 대상 세미나와 고객 설명회에서도 우수성을 전하는 데 노력했다. 방산 자체 성과와 노력까지 더해지니 수익률에 불이 붙은 거 같다.”

ㅡ 지난해 말 ‘PLUS 한화그룹주’ ETF를 출시했다. 같은 그룹 띄워주기 아닌가?

“방산처럼 성장주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쉽다. 한화그룹에 속한 상장사 면면이 너무 훌륭했다. 한화오션은 조선‧해양 관련 좋은 회사이고 한화시스템은 전투기의 눈인 레이저(레이저 응용 센서)를 만들어 드론 격추 등과 관련해 성장 포인트가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1위 업체를 인수했다. ‘트럼프 불확실성’으로도 비켜 있다. 관세 무풍지대 포트폴리오다. 그런 관점에서 투자 기회를 본 것이다.” 

금정섭(사진)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2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한화자산운용 제공
금정섭(사진)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2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한화자산운용 제공

ㅡ 테마성 투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정국면이 찾아올 수도 있지 않나?

“단기간 많이 올라 주가에 부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투자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방산 ETF는 지금보다 훨씬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K방산(국내 방산 기업)만큼 적기에 빠르게 물건을 납품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해 폴란드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에 K9 자주포와 K2 전차를 요청했는데 납품을 4개월 만에 끝냈다.” 

ㅡ 러·우 전쟁이 끝나면 방산 수요가 줄지 않을까?

“종전해도 군비를 줄이지 못할 거다. 미국이 나토에 대해 스스로 안보 역량을 키울 것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러시아와 동유럽의 국경은 산이 아닌 평원이라서 특히 자주포, 전차가 필요하다. 러시아 접경 국가들이 지뢰 협약을 탈퇴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독일의 PzH2000 자주포가 있으나 가격이 비싸고 주문하고 받기까지 5년 걸려 K방산이 더 경쟁력 있다.”

ㅡ 나토가 국방비 예산을 GDP 5%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 부분까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 아닌가?

“다른 유럽 국가를 보라. 향후 K방산의 주요 고객은 서유럽 국가가 아닌 동유럽 국가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등에서 K방산을 샀다. 발트해 3개국, 덴마크 등에서도 수주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 예산을 GDP의 5%까지 늘린다고 했지만 북·동유럽 국가들이 독일 방산 기업 라인메탈에 포를 보내달라고 하면 3년 이상 걸린다. 서유럽은 이를 기다릴 수 있지만 북·동유럽은 그러기 힘들다.”

ㅡ 개별 방산 종목과 비교해 방산 ETF 투자의 강점은? 

“개별 종목도 분석을 잘하면 좋은데 수주 등 동향을 일일이 트래킹(Tracking)하기 어렵다. 잘되면 좋지만 리스크도 있다. ETF로 분산 투자하면 그런 부분을 줄이며 장기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다. 연금 계좌에서는 개별 주식 종목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장기 투자 목적으로 방산 ETF를 많이 사는 편이다.”

ㅡ 주제를 바꿔 보자. 올해 상반기 미국양자컴퓨팅TOP10,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액티브, 차이나AI테크TOP10 등 테크 관련 ETF를 집중 출시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정 산업의 변화만큼 글로벌 메가 트렌드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향후 어떤 기술이 세상을 주도할지 생각했다 양자컴퓨팅이 떠올랐다. 이제 테크는 AI라고 본다. AI 초기는 엔비디아 중심의 AI 인프라 싸움이었다. 하드웨어를 누가 먼저 깔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느냐였다.

그 다음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등 실제 적용되는 산업이라고 봤다. 또 하나는 피지컬 AI가 있다. 이를 반영해 AI 에이전트를 넣은 휴머노이드 ETF를 내게 됐다. 미국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최강국이지만 중국도 일정 부분 시장을 가질 것으로 봤다. 미국 기업이 중국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빅테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ㅡ 같은 시기에 다른 운용사들도 관련 ETF를 냈다. PLUS ETF 상품의 차별점은?

“메가 트렌드를 읽으면서 저희 나름의 방법론을 가지고 ETF를 낸다. 예를 들어 휴머노이드 시장에 들어갔을 때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는 게 향후 발전하는 이 시장에서 성과가 제일 좋을까 고민한다.

예를 들면, 피지컬 AI 관련해 휴머노이드는 하드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로봇의 눈(비전 센서)과 관절(액추에이터)에 해당하는 기업을 구분했다. 중국 휴머노이드는 빅테크가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어 스타트업보다는 빅테크에 투자하면 돼 그것부터 시작했다.”

ㅡ 최근 들어 국내 증시로 돌아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현장에서도 감지되나? 

“최근 들어 투자자들이 변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신규 투자자들이 전화로 ‘고배당주가 좋다는 데 뭡니까?’, ‘고배당주 배당은 언제 나와요?’ 등 많이 물어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국내 주식시장이 좋아지면서 나타난 현상 인듯하다. 예전에 방송에 나가 ‘국장’ 투자를 얘기하면 댓글로 욕을 많이 먹었는데 국장 관련 전화가 오기 시작하면서 되게 보람찼다.”

ㅡ 앞으로 어떤 유형의 ETF 상품을 계획하고 있나?

“국내 주식 관련 좋은 테마를 발굴하고 고배당주 관련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연금이다. 연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품, 예를 들어 고배당주, 채권혼합 등 연금 계좌에서 안전자산으로 쓰일 수 있는 게 있다. 최근엔 주식 비중을 50%까지 높인 ETF인 ‘PLUS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를 냈다. 이달 나스닥 버전으로도 나온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1999년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했다. 2005년 교보악사자산운용 상품개발팀·AI팀, 2009년 GS자산운용 AI팀에서 대체투자를 담당했다. 2012년부터는 KB자산운용에서 ETF전략팀장과 ETF마케팅본부장을 역임했다. 2024년 1월 한화자산운용에 ETF사업본부장으로 합류해 'PLUS ETF' 리브랜딩 등 ETF 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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